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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TV다시보기] 아이돌만 가수? ‘제2의 허각’ 밀어내는 TV

입력
2017.12.06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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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더 유닛’ 등 오디션 프로

나이ㆍ연습생 출신 등 자격 달아

가수 지망생들에 출연 제한 차별

JTBC ‘믹스나인’의 한 장면. JTBC 제공
JTBC ‘믹스나인’의 한 장면. JTBC 제공

얼마 전 여섯 살짜리 조카가 들떠 있었다. 동네 문화센터 앞에 걸린 플래카드 때문이었다. KBS1 '전국노래자랑'의 예심 날짜와 함께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동생은 조카에게 플래카드의 내용을 설명하곤 "너도 나가 볼래?"라며 장난 삼아 물었다고 한다. "나도 할 수 있어?" 꼬마 아가씨의 당돌한 질문에 동생은 "그럼. 엄마나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도 참가할 수 있는 걸" 했단다. 당연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전 국민이 알다시피 나이, 성별 제한 없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니까.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곧잘 부르던 조카는 맹연습에 돌입했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에 가서 들었던 이 곡을 제법 따라 불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카는 동생 부부의 늦은 휴가로 여행을 떠나면서 '전국노래자랑'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6세 꼬마부터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전국노래자랑’의 장점을 곱씹게 한 순간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은 꿈의 무대다. 잠시나마 수 많은 관객들 앞에서 멋진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고, 전국으로 방송되는 TV 출연으로 '스타'가 될 수도 있다. 운 좋게 음반제작자를 만나 앨범을 내고 가수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수 별과 박상철, 김혜연 등이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도약대 삼아 꿈을 이뤘다.

그러나 요즘 TV는 가수의 꿈조차 쉽게 꿀 수 없게 만든다. 일단 나이에서 걸린다. 빼어난 춤 실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10대와 20대 초반까지의 젊은 청춘이어야만 도전 자격이 있다. KBS2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은 아예 아이돌 그룹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한 경력('더 유닛')이 있거나, 연예기획사의 연습생('믹스나인')이어야만 한다. 아이돌그룹이라는 틀 안에서 오디션이 진행되니 개성 없는 비슷한 외모와 엇비슷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 선별된다.

지난해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잠시 문을 닫은 Mnet '슈퍼스타 K'는 적어도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미덕이 있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40대 직장인, 50대 주부 등이 가수 꿈을 안고 오디션 문을 두드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배관공 출신 허각과 ‘지리산 소년’ 김영근을 만났다. ‘믹스나인’과 ‘더 유닛’처럼 출연 조건을 제한했다면 만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아이돌그룹 탄생기’를 보고 있노라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오디션 프로그램 속 독설과 호통, 눈물의 3박자가 꿈하고는 무관하게 보여서다. 춤을 못 추고 나이가 많아도 가수는 될 수 있다. 하지만 TV는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하고 싶은 가수 지망생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는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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