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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잇단 제왕적 권한 내려놓기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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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잇단 제왕적 권한 내려놓기에 주목한다

입력
2017.11.23 18:4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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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의지가 구체화하고 있다. 취임 직후 사법부 내부 갈등을 불러온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결정한 데 이어 ‘제왕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대법원장의 권한 내려놓기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수장이 앞장서는 개혁과 변화의 모습은 일선 판사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민들의 사법부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앞으로 대법관 후보 추천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김 대법원장이 이끄는 첫 대법관 인선 절차가 진행된 23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시금석이 됐다. 내년 1월 퇴임하는 두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9명을 선정한 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은 심사 대상자를 미리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법원장은 자신의 의중이 담긴 후보를 사전에 추천위에 제시해 온 것이 관례였다. 추천위 역시 실질적 심의 없이 형식 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관 순혈주의 등 대법원의 기형적인 구조를 낳게 한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의 용단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한 것도 ‘사법부 민주화’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차관급인 고법 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이 제도는 일선 판사들로부터 인사를 통한 법관 통제ㆍ장악의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전적으로 쥐고 있어 이를 의식한 재판 눈치 보기가 사법부 관료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2009년 법관의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폐지를 결정했으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실상 유보됐던 것을 되돌린다는 의미가 있다.

법원 내 최대 학술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올해 초 판사 5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제왕적 대법원장과 사법부 관료화를 지적했다. 수직적 서열 구조와 그 피라미드의 정점에 대법원장이 위치한 현재의 사법부 체제아래에서 법관의 독립은 요원한 과제다. 모든 법관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헌법과 법률의 취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제도화해야 한다. 대법관 후보 추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매듭지어질 수 있다. 진정한 사법부 독립은 외풍뿐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법관 독립이 가능할 때 온전히 이뤄질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의 소임을 완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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