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당초 예정보다 15분 늘어난 35분간 진행됐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을 향해 전달하려던 메시지까지 포함시키면서 연설 시간이 길어졌다는 관측이다.
이날 오전 11시 2분 국회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시 9분쯤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에도, 9분가량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 수정 때문에 늦어진다”고 공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11시 20분쯤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11시 24분부터 11시 59분까지 약 35분간 연설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길어진 것을 두고 이날 취소된 DMZ 방문 때 북한을 향해 준비한 메시지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나왔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DMZ를 방문해서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기상상황 때문에 방문이 취소되면서 국회 연설에 북한 메시지까지 녹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시간 35분 중 22분 가량을 할애할 정도로 북한을 향한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다. 연설 초반 우리의 발전상과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북한 체제와의 비교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설문 전체가 북한을 겨냥했다고 이해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와 함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가 국회 연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미뤄볼 때, 평창동계올림픽 부분을 막판에 추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등 당초 예상됐던 다른 주요 현안들은 거의 연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사용한 단어에서도 대북 메시지에 방점을 뒀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North Korea)이라는 단어를 27번 사용했고, 북한 체제를 가리키는 regime이라는 표현도 18번 언급했다. 북한을 겨냥한 핵(nuclear)과 미사일(missile)을 뜻하는 단어도 각각 9번, 3번씩,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한 번 사용했다. 또 김정은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독재나 독재자(dictatorㆍdictatorship)도 7번 거론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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