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인식조사 결과
절반은 “노조가입 안 해”
보험설계사 5명 중 4명은 스스로를 ‘개인 사업자’로 여기고 있으며 절반은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가입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직) 근로자 보호방안의 취지와 어긋나는 방향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30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입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들은 선호하는 보험사와의 고용형태로 근로자(19.4%)보다 개인사업자(78.4%)를 꼽았다. 세금을 납부할 때도 근로소득세(19.5%)보다 사업소득세(76.4%)를 더 선호했다.
이는 보험설계사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면 최고 세율이 40%까지 치솟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소득의 3.3%만 사업소득세로 내면 된다.
또 노동조합 설립 시 가입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33.9%에 그쳤다. 53.9%는 ‘가입하지 않는다’를, 12.3%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설계사들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 보험회사는 설계사가 단체보험과 산재보험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보험사로부터 제공받는 단체보험(85.7%) 선호가 산재보험(14.3%)로 6배 가량 높았다.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에는 65%가 반대해 찬성(29.6%)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보험설계사’가 가지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설계사는 다른 특수고용직 근로자와 달리 근무시간이 자유롭고 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개인사업자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특고 근로자에는 설계사뿐 아니라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등 여러 특성을 가진 종사자가 존재하므로 정책도입 시 각각의 업무 특성과 필요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다수 설계사들이 개인사업자로 남는 것을 선호하면서 향후 논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법률을 제ㆍ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논의 자리가 마련되면 이를 토대로 설계사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겠지만 워낙 고용부의 입장이 강해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8개 생명보험회사의 전속설계사 800명을 상대로 지난 8월 전화설문조사 형태로 실시됐다. 신뢰수준은 95%±3.44%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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