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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ATM 놓고 “현금만 받아요” 얌체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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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ATM 놓고 “현금만 받아요” 얌체 영업

입력
2017.10.3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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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금 선불 거래'만 가능한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 내부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18일 '현금 선불 거래'만 가능한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 내부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카드 미가맹 안내문도 안 붙이고

자리에 앉아서야 “현금 결제만 돼”

업주들 카드 수수료는 안 내면서

비싼 ATM 수수료 절반 가져가

소비자 불만에도 단속할 규정 없어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을 찾은 직장인 심모(27)씨는 자리에 앉기도 전 직원이 “현금 선불 결제”라고 건넨 말에 당황했다. ‘요즘 시대에 카드 거래가 안 된다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 표시가 없었던 외부와 달리, ‘현금 선불’ ‘카드사 미가맹’ 등 안내문이 내부 곳곳에 붙어있었다. “현금이 없다”며 나가려 하자 직원은 ‘예상했다’는 듯 식당 벽면을 가리켰다. “저기서 뽑으세요.” 그곳에 있는 건 다름아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심씨는 “‘현금만 받겠다’는 호기에 한번, ‘가게 안에 개인 ATM기기를 설치한다’는 발상에 한번 놀랐다”고 했다.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맺지 않고 ‘오직 현금’ 거래만 하는 자영업자들이 개인 ATM을 영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급수단으로 현금(26.0%)보다 신용카드(50.6%)를 선호하는 현상(지난해 한국은행 조사)이 뚜렷한데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조차 않는 시대를 거슬러 “현금이 없다”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떠올린 묘책(?)이다.

ATM을 앞세워 현금을 고집하는 주된 이유는 ‘카드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서울 용산구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손님 5명 중 4명꼴로 카드 결제를 하는데, 카드사 납부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고 영세업자들을 우대해주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단 얘기다. ATM 설치는 부수입도 안긴다. ATM설치관리업체(VAN)가 운용하는 기기에서 돈을 인출하면 1,000원 이상 수수료를 고객이 내야 하는데, 이중 일부(400~500원)가 ATM이 설치된 가게 주인 몫으로 떨어진다.

VAN 사업자도 이런 점을 적극 홍보한다. “사업을 금방 접을 게 아니면 ATM 구입비용(약 150만~500만원)이나 임대료(월 15만원 안팎)보다 높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 단위가 크고, 손님이 거래내역을 남기길 원치 않는 유흥주점의 경우 ATM 설치는 기본”이라고도 귀띔했다. 금융기관이 직접 운용하는 ATM 수가 매년 줄고 있는 것과 달리, 개인 의뢰로 어디든 자유롭게 설치 가능한 VAN 사업자 운용 ATM 대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다. “영업장 외부에 ‘현금 거래만 가능하다’고 알리지 않는 건 문제가 있고” “ATM 수수료 중 일부를 점주가 가져가는 건 이중 청구”라는 것이다. 실제 개인 ATM을 설치한 서대문구 식당에선 돈을 뽑는 대신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여럿이었다. “결국 탈세 등 불순한 목적을 위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관계 당국이 나설 근거는 마땅치 않다. 현금 거래만 한다 해서 ‘탈세 목적’이라 단정하고 세무조사에 나설 수도 없고, 무엇보다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금 거래만 하는 게 현행법상 문제 소지가 없어서다. 세무서 관계자는 “현금 거래가 탈세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 카드 가맹 계약을 ‘권유’하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전했다.

글ㆍ사진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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