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폭증하며 지역경제 훈풍
양적 발전 넘어 질적 성장 시점
해외 교육기관과 연계해
국제연구 클러스터 조성을
양질의 교육프로그램 통해
안정적 일자리 창출 ‘선순환’
제주는 지난 10여년간 외관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2002년 1월 제정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밀알이 됐다. 특별법 제정 직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설립됐고, 이듬해에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지역 발전을 위한 법령이 생기고 추진 단체가 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혁신도시 건설 계획도 빠르게 추진됐다. 제주혁신도시는 전국에 조성되는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빠른 2007년 9월 착공을 시작했고, 한국국제교류재단, 국토교통인재개발원 등 국제교류ㆍ교육연수 기능을 담당하는 9개 공공기관이 제주로 이전했다.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지역경제에도 훈풍이 불었다. JDC프로젝트 사업에만 민자와 국비, 지방비를 합쳐 총 4조328억원이 투자됐고, 관광객 역시 특별법 제정 전인 2001년 411만 명에서 지난해 1,585만 명으로 세배 이상 증가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혁신도시로서 제주의 양적 발전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만하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혁신도시로 자리잡으려면 이 같은 양적 성장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4일 한국일보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제주도와 공동 주최한 ‘제주혁신도시’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양적 발전에서 벗어난 질적 성장의 일환으로 제주를 ‘동아시아 국제교류ㆍ교육연수 메카’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혁신도시 추진 이후 과도한 자유화가 이뤄져 과잉개발과 난개발이 진행됐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환경과 생태 용량을 초과해 결국 혁신도시로서 지속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속 가능한 혁신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글로벌 교육연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JDC가 추진하고 있는 가칭 ‘제주 글로벌 아카데미’ 설립안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제주 글로벌 아카데미’는 이동에 제약이 있는 제주의 특성을 고려해 온ㆍ오프 플랫폼을 동시에 구축하고, 해외 교육기관과 연계하는 등 국제연구 클러스터로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기춘 제주연구원장은 혁신도시의 내실을 키우기 위해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이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2015년 기준 지역인력채용은 총 191명으로, 이 중 정규직은 12명에 불과하고 계약직 26명, 시설관리직 127명, 식당직 26명 등 비정규직이 채용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국세상담센터와 국세공무원교육원은 전문성과 특수성을 갖춰야 하는 만큼 제주지역 인재 채용에 애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립기상과학원은 기상 관련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제주대 등 지역대학에 기상관련 학과가 없어 전문 인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역 대학과 이전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수요자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제주와 국제교류관계를 맺고 있는 31개 도시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예를 들어 현재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인재를 키우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기업이 해당 국가로 진출할 때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제주 글로벌 아카데미’도 이 같은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자치분권과 주민들의 인식변화가 지속가능 한 혁신도시를 만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제주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특별자치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제주는 4개 시군을 모두 없애는 등 지방분권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특별법 제정 당시 주민들이 직접 소득세, 법인세율 등을 투표로 결정하는 재정주민투표제를 넣었는데, 이 제도가 거의 사문화됐다”며 “이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읍면동 자치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역시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지역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제주가 가지고 있는 것을 수출하고 발신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국제통상, 글로벌교육연수 등 혁신도시로서의 생명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성 교수도 “기존 주민들이 이전기관 직원들을 마치 외국인 이민자들처럼 바라볼 때가 있다”며 “제주로 이전해 온 사람들을 집값 올려주고 지방세 내주는 도구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말고 공동체의 하나로 포용하려는 기본적인 태도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고충석 제주국제대 총장은 “제주가 국제도시를 지향하고 있지만, 막상 제주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영어가 약하고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제주 글로벌 아카데미 등 교육기관 설립이 제주가 혁신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귀포=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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