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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해고에 학자 270명이 성명 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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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해고에 학자 270명이 성명 낸 까닭은

입력
2017.10.2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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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수석 출신 이사장의

학문의 자유 침해에 맞섰다”

학자들 공분, 해고 철회 촉구

연구소 측 “근거 없는 주장”

국내 외교안보 분야 대표 싱크탱크로 꼽히는 세종연구소가 수석연구위원 재계약 탈락 문제로 잡음에 휩싸였다. 연구위원이 부당 해고라며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연구소가 즉각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정치ㆍ사회학자 270여명이 연구위원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논란은 7월 말 연구소가 지난 23년간 일해 온 정치분야 수석연구위원 강명세(61) 박사에게 해고 통보를 하면서 시작됐다. 연구소는 3년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연구 업적과 기여도에서 기준인 80점(100점 만점)에 못 미쳤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마디로 연구위원으로서 충족시켰어야 할 연구 실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강 박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연구 실적은 내세우는 얘기일 뿐 실상은 연구소 이사장의 ‘학문의 자유 침해’ 행위에 맞서다 부당 해고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세브리핑’이라는 정례 회의에서 이사장이 박근혜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을 질책할 때마다 내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곤 했는데, 그런 부분이 실제 해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폈다. 연구소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박준우씨가 2015년부터 맡고 있다. 강 박사는 지난달 법원에 재계약심사 불합격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강 박사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자로서 본분에 충실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정해진 기간에 과제를 제출하지 않거나 각종 행사 참석률이 저조했다”고 했다. 과거 심사 평가점수가 연구소장 호불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소장 평가 비중을 25%(논문점수 150점, 소장 평가 50점)에서 10%(연구 실적 90점, 소장 평가 10점)로 축소하는 등 보다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지난해부터 도입했다는 사실도 연구소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진창수 소장은 본보 통화에서 “강 박사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준우 이사장 역시 “(강 박사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연구소 내 갈등은 학계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ㆍ사회학계 학자 270여명이 9월 중순 “노동과 복지, 정당과 선거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성과를 남긴 대표 정치학자인 강 박사가 해고 통보를 받은 데 대해 양식 있는 학자들이 공분하고 있다”면서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 성명에는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을 지낸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명에 참여한 조영재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교수는 “여러 관점과 입장을 가진 정치학자들이 단일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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