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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땐 대못 제작… 대장장이 50년 인생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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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땐 대못 제작… 대장장이 50년 인생 자랑스러워”

입력
2017.10.19 09:4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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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영주대장간 석노기씨

경북도 향토뿌리기업 선정

“몇 곳 없다 보니 전국서 주문”

석노기씨가 경북도 향토뿌리기업 현판식이 열린 18일 경북 영주시 자신의 대장간 화덕 앞에서 낫을 벼리기 위해 모루 위에 벌겋게 달군 쇳조각을 올려 놓고 망치질을 하고 있다. 영주=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석노기씨가 경북도 향토뿌리기업 현판식이 열린 18일 경북 영주시 자신의 대장간 화덕 앞에서 낫을 벼리기 위해 모루 위에 벌겋게 달군 쇳조각을 올려 놓고 망치질을 하고 있다. 영주=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초등학교 졸업 이듬해인 1968년부터 대장장이로 50년을 살고 있습니다. 대장장이가 천직인가 봅니다.”

18일 경북 영주시 휴천동 영주대장간에서는 ‘경북도 향토뿌리기업 인증 현판식’이 열렸다. 평생 대장장이로 살며 전통 수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석노기(63)씨의 외길 인생이 세상으로부터 장인 대접을 제대로 받은 날이다.

“우리 대장간에서는 낫과 호미, 쇠스랑, 거름대 등 농기구부터 칼, 심지어 무당이 굿을 할 때 타는 작두까지 만든다”는 석씨는 “우리나라에서 전통방식으로 농기구를 제작하는 곳이 몇 안 되기 때문에 전국에서 주문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그의 화덕은 대장간의 상징이다. 쇳조각이 화덕에서 달궈져 단조 해머에 두들겨 맞기를 수차례 반복하면 그의 망치와 담금질을 거쳐 생활도구로 탄생한다. 낫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화덕에 10번이나 들어가야 한다. 이 대장간을 거친 제품에는 석씨의 자존심인 ‘영주 석 대장간’이라는 마크가 찍힌다.

그의 대장간이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1976년부터 42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의 대장장이 인생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논산에서 노성대장간을 하던 매형을 돕기 위해 풀무질부터 배웠던 것이 엊그제 같다”는 그는 1972년 영주의 한 대장간에서 일하다 1976년 독립했다.

“그때만 해도 영주에만 대장간이 네 곳이나 있었다”는 그는 “지금은 기계화와 중국 수입품에 밀려 대장간이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여전히 날이 살아 있는 낫을 찾는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8년 설날 연휴 화마로 훼손된 숭례문 복원 때도 석씨의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서울 쇠떼박물관 사장의 추천으로 ‘숭례문대장간’을 차린 그는 나무에 박는 대못을 제작했다. “당시 영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대장간을 차렸다”는 그는 “국보1호 복원에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하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전국의 각종 축제 때도 단골 초청손님이다. 서울 역사박물관과 남산 한옥마을에서도 대장간 시연을 했고, 경기 여주의 오곡나루축제, 경북 포항 불빛축제, 경남 밀양의 아리랑축제, 함안 아리랑축제에서도 그의 풀무질과 망치질 소리가 울렸다. TV 인기드라마 ‘식객’의 대장간 장면에서도 그가 빠른 손놀림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록 세간에 잊혀지는 직업이지만 대장장이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영주대장간에서 만들지 못하면 전국 어느 대장간에서도 제작하지 못한다”는 그는 “보잘것없는 농기구로 보일지 모르지만 모두 혼이 깃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주대장간 마크가 찍히면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한 그에게는 강원 인제부터 부산 해운대까지 농민과 철물점 등 단골이 수십년째 주문을 내고 있다. “택배비가 더 들더라도 제품 하자는 끝까지 책임을 지다 보니 30년 단골도 수두룩하다”는 그의 평생 동업자는 동갑내기 부인인 황경숙씨다.

“대장간의 명맥이 끊기는 날까지 최고의 낫을 만들겠다”는 그는 현판식 당일에도 화덕에 달군 쇳조각을 망치로 내리치고 있었다. 영주=전준호 기자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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