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고양이에게도 주거 환경은 매우 중요한데요. 예쁜 골판지 집을 여러 채 가진 고양이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1년 한 여성은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건물 밖에서 방황하는 고양이 티소이(Tisoy)를 발견하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티소이에게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의 직원 재클린 리우(Jaclyn Liew) 씨는 티소이의 주인이 고양이를 돌보기에는 아직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재클린 씨는 소년에게 고양이가 동물병원에서 살 수 있도록 설득했습니다. 소년은 티소이가 동물병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동물병원은 소년의 동의를 얻어 티소이를 입양했습니다. 사실 이 동물병원에서도 동물을 입양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동물병원 직원들은 티소이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티소이는 호불호가 확실하고 까탈스러운 고양이였습니다. 병원에서는 푹신푹신한 고양이 침대에 부드러운 수건을 깔아주었는데요. 티소이는 이 수건을 번번이 모래 화장실에 처넣었습니다. 고심하던 수의사들이 종이 박스를 티소이에게 내밀자 티소이는 냉큼 박스로 뛰어들어 편안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수의사 도로시와 질리언은 헌 종이박스를 그냥 주지 말고 남는 시간에 티소이를 위한 고급 골판지 주택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 그들이 만든 집은 ‘힙스터 카페’였습니다. 리우 씨는 “집이 다 만들어지기도 전에 티소이는 집에 드나들었다”면서 “나중에는 집에 노크를 하면 문을 열어 발을 내밀면 우리가 간식을 주는 ‘거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힙스터 카페가 완성된 뒤 수의사들은 티소이에게 이글루, 반려동물 구급차, 교회, 생강빵 하우스, 스시 바와 중국 사원, 심지어는 동물병원을 작게 본뜬 미니어처 하우스도 선물했습니다.
티소이는 이 주택을 너무나 사랑했는지 좀처럼 집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티소이가 나올 때는 오직 먹을 것으로 유혹할 때만이라고 하네요. 수의사들이 반쯤 만들어놓은 새 집 역시 티소이의 눈에 띄면 낮잠 장소가 되곤 한답니다.
티소이는 이 집들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 주택이 필요할 때쯤 그는 살던 집을 부수거나 흙을 묻히며 직원들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티소이를 위해 집을 만들어주는 일을 전혀 귀찮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질리언은 "티소이와 우리 병원을 찾는 고양이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한 집을 만드는 것은 매우 보람찬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로시 역시 “집을 만드는 일은 우리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고양이 집을 만드는 일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로시는 “고양이들에게 종이박스는 안전한 안식처이며 피난처 역할도 하는 소중한 동굴 같은 것”이라고 덧붙이며 고양이들에게도 집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동물병원 속에서 티소이는 스시 가게의 사장님이 될 수도 있고 우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 되면 어디든지 출동할 앰뷸런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공룡도 될 수 있지요. 앞으로 티소이가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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