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와르르 무너진 신태용호가 러시아에 2-4로 패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끝난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코너킥에 이은 선제 실점과 김주영(29ㆍ허베이)의 연속 자책골 등으로 0-4까지 끌려가다가 경기 막판 권경원(25ㆍ톈진)과 지동원(26ㆍ아우크스부르크)이 만회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2-4로 끝났다.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 감독이 경질된 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 없이 비긴데 이어 러시아에도 덜미를 잡혀 취임 후 2무1패를 기록했다. 이번 평가전은 지난 달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첫 모의고사였다. 러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4위로 한국(51위)보다 아래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만나 1-1로 승부를 내지 못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무기력했다. 한국의 러시아 상대 통산 전적은 3전 1무2패가 됐다.
한국은 특히 세트피스 수비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표도르 스몰로프(27)를 놓쳤다. 스몰로프는 자유롭게 헤딩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에도 수비 불안은 이어졌다. 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던 김주영 몸에 공이 맞고 그대로 골이 돼 점수 차가 벌어졌다. 한국은 2분 만에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김주영이 상대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다리를 뻗었는데 공이 발에 맞고 굴절돼 또 자책골로 이어졌다. 2분 사이에 한 선수가 연이어 두 번의 자책골을 허용하는 보기 드문 기록이 나왔다. 한국은 후반 38분 알렉세이 미란추크(22)에게 네 번째 골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후반 42분 권경원, 후반 47분 지동원이 연속골을 넣으며 네 골 차 참패는 면했다. 권경원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했지만 웃지 못했다.
국내 K리거가 빠진 가운데 전원 해외파로 멤버를 꾸릴 수밖에 없었던 신 감독은 이날 포메이션에 부득이하게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중앙수비인 김영권(27ㆍ광저우)를 왼쪽 윙백으로 내세우는 변형 스리백인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대표팀에서 오른쪽 공격수만 보던 이청용(29ㆍ크리스털 팰리스)도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했다. 후반에는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 등이 교체로 나서며 다시 포백으로 변신했다.
선발 출전한 공격수 권창훈(23ㆍ디종)이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고 손흥민(25ㆍ토트넘), 구자철(28ㆍ아우크스부르크)과 호흡을 맞춰 몇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과거 점유율에만 집착하던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에서 벗어나 빠른 템포로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다. 원래 포지션이 아닌 이청용도 경기 막바지 두 개의 도움을 올리며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비 붕괴가 모든 걸 덮어버린 평가전이었다. 그나마 유일한 소득이라면 신태용호 출범 이후 첫 득점포가 터진 것이었다.
신 감독은 경기 뒤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골 결정력이 떨어지고 세트피스 수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진 게 패인이 됐다. 이런 점을 고치겠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장소를 스위스로 옮겨 10일 오후 10시 30분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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