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만큼 넓고 제주보다 작은…위풍당당 통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만큼 넓고 제주보다 작은…위풍당당 통가

입력
2017.09.20 10:00
0 0
통가의 아름다운 섬과 해변.
통가의 아름다운 섬과 해변.

2016년 리우올림픽 개막식 때 구릿빛 상체를 드러내며 위풍당당하게 입장해 주목을 끈 통가의 피타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이하 피타)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통가 사상 첫 태권도 올림픽대표인 그는 단숨에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막식 후 그는 모델 에이전시와 영화제작사로부터 수 차례 '러브콜'을 받았다. 인스타그램(@pita_tofua) 팔로워 수는 순식간에 7만5,000명으로 늘어났다(지금은 13만5,000명이 넘는다). 유명 선수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먼저 다가왔고, 지인들에게 연락이 너무 많이 와 핸드폰을 꺼두어야 했다.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통가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피타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통가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피타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

그 유명세가 그리웠을까?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와 보고 싶은 마음일까? 그 해 12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피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도전을 선언했다. 그의 꿈이 실현된다면 피타는 눈이 내리지 않는 남태평양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스키 선수로 출전해 또 한 번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피타는 리우올림픽 이후 통가에서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 거란 예상과 달리 고국에서 그의 인기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그저 유명한 ‘훈남’ 정도일 뿐. 사실 통가에는 피타만큼 잘 생기고 몸 좋은 사람들이 널렸다. 통가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전쟁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한때 남태평양의 모든 섬을 ‘접수’했을 만큼 용맹을 떨쳤던 나라다. 페르시아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300’을 보는 내내 통가가 떠올랐다. 영화에 등장하는 체격 좋고 용맹한 전사들처럼, 다부진 몸에 두려움을 모르는 통가 남성들은 남태평양에서 최고의 우성인자를 타고났음이 분명하다.

통가는 17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이 너무 많아 ‘군도’, 혹은 ‘그룹’으로 분류한다. 섬들이 퍼져있는 전체 면적은 일본과 비슷하지만, 육지면적은 제주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통가타푸(Tongatapu), 헤아파이(He'apai), 바바우(Vava'u), 니우아스(Niuas) 등 4개 섬에 주민 대부분이 거주하고, 수도인 누쿠알로파(Nuku’alofa)는 통가타푸 섬에 있다. 통가타푸 역시 강화도보다 작은 섬이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다. 이렇게 작은 나라가 한 때 남태평양 전역을 제패하고, 피타같은 평범한 개인이 세계 무대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떨치는 걸 보면 통가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뭘 해도 확실하게 한다. 통가는 한마디로 대범하고 선이 굵은 나라다.

남태평양에서 유일한 왕국

통가는 남태평양에서 유일하게 왕이 통치하는 나라다. 그래서 공식명칭은 통가왕국(Kingdom of Tonga)이다. 칠레의 모아이 석상처럼 통가에도 불가사의한 거석이 있다. ㄷ자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린 것처럼 생겼는데, 가로 세로 각 5.8m, 두께 1.4m, 기둥 돌은 30톤, 두 기둥이 지지하고 있는 돌의 무게는 무려 40톤이나 된다. 트릴리톤(Trilithon)으로 부르는 이 거석은 통가 최초의 정착민으로 추측되는 라티타(Latita)족이 1200년경에 투이타투이 왕의 아들들이 서로 잘 지내기를 기원하며 세웠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돌을 어떻게 옮겼고 들어 올렸을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통가의 미스터리 거석, 트릴리톤.
통가의 미스터리 거석, 트릴리톤.
통가의 아름다운 자연
통가의 아름다운 자연
통가의 바바우 섬과 해변
통가의 바바우 섬과 해변

통가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을 때, 통가의 왕이 홍콩에서 타계했다는 뉴스가 꽤 비중있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조지 투포우 5세는 2006년에 왕위에 올라 2012년 홍콩의 한 병원에서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165년간 봉건사회였던 통가에 민주주의 및 핸드폰, 인터넷을 처음으로 들여온 혁신적인 인물이었다. 여행을 무척 좋아했던 조지 왕은 평생 세상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새로운 문명을 접했고 주저 없이 모국에 소개했다. 여행으로 국고를 낭비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통가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인물임에 틀림없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기 때문에 왕위는 그의 동생이 물려받았다. 전 국민이 지푸라기로 만든 치마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애도하는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다. 통가에 가게 되면 그의 무덤을 꼭 찾아봐야겠다.

일요일에는 모든 것이 정지하는 곳

통가인은 종교도 참 확실하게 믿는다. 통가 국민의 대다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일요일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심지어 비행기를 비롯한 어떤 교통수단도 운행하지 않는다. 주중에도 매일 저녁 정해진 기도 시간이 있어서 이 시간에는 외부활동이 금지된다. 피지나 사모아도 꽤 독실한 기독교 국가지만, 통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경기 중 작전회의를 할 때도 반드시 기도로 시작한다.

통가의 해변
통가의 해변

통가의 기독교는 웨슬리안 감리교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되었고, 최고통치자가 기독교로 회심하면서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폴리네시아 사회는 대부분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피라미드식 위계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부족사람들은 지도자를 신격화하며 기꺼이 지배를 받는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효율적인 지배구조다. 왕의 믿음은 통가에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기독교가 전파될 수 있었던 이유다.

유럽인이 처음으로 통가를 발견한 것은 1615년이고, 제임스 쿡은 1773ㆍ1774ㆍ1777년 3번 통가를 방문했고 한다. 1797년 영국의 ‘런던선교사회’ 선교사 10명이 통가에서 사역을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3명이 순교하면서 철수하게 된다. 1822년 ‘웨슬리안 감리교 선교회’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가, 1826년 두 번째로 선교사로 파견하면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수도인 누쿠알로파에 학교를 개설하면서 교세를 확장한다. 헤아파이 군도의 타우화아하우 추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학교를 개설하고 주민들을 전도하면서 전통종교를 몰아내게 된다. 타우화아하우 추장은 1831년 8월 세례를 받고, 자신이 헤아파이 왕이 되었음을 선포한다. 그의 영향력으로 헤아파이와 바바우 군도에 기독교가 뿌리내리게 되었다. 1845년 12월 타우화아하우는 스스로를 통가의 왕(King George Tupou I)으로 선포하고 전체 섬들의 진정한 통치자가 된다.

통가 여행 TIP

▦통가의 화폐는 파안가(Pa'anga, TOP$)이며 1파안가는 약 506원이다. 미국이나 호주달러를 통가타푸 공항에서 환전하면 된다. 누쿠알로파, 네이아푸, 에우아, 하아파이의 은행에서도 환전할 수 있다. 현금자동지급기는 통가타푸와 바바우에만 있다.

▦통가의 군도간 주요 이동 수단은 비행기이며, 리얼통가항공사(realtonga.to)에서 예약할 수 있다. 통가타푸에서 바바우까지는 60분, 하아파이까지는 약 50분이 걸린다. 페리를 이용하려면 피사(fisa.to)에서 예약하면 된다. 택시는 기본요금 3T$부터 시작해 킬로미터당 1.5T$씩 추가되는데, 미터기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요금을 물어본 다음 타야 한다. 누쿠알로파에는 2개의 버스터미널이 있다. 운행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자전거도 좋은 이동 수단이다. 시내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고, 숙소에서 빌려주기도 한다. 통가 전용 운전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에 렌터카는 권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누쿠알로파까지 택시요금은 40T$ 정도이며, 대부분 숙소에서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예약할 때 포함하면 편리하다.

통가 바다의 혹등고래
통가 바다의 혹등고래

▦6월부터 12월까지가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겨울인 7~8월은 저녁 무렵에 쌀쌀할 수 있으니 가벼운 재킷을 준비하면 좋다. 몸이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는 게 좋다. 전통마을에 들어갈 때는 하체를 감싸는 라바라바(Lavalava)를 걸친다. 남성용 치마 정장은 투페누(Tupenu)라고 부른다. 미리 비자를 받을 필요는 없고, 입국 시 31일간 유효한 여행비자를 찍어준다. 통가에서 꼭 해봐야 할 것 중 한가지는 혹등고래와 수영하는 것이다. 주로 6~11월까지 만날 수 있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ㆍ사진=통가관광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