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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함이 생명…잠항 명령에 기침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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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함이 생명…잠항 명령에 기침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입력
2017.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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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처음으로 내부모습 공개

좁은 내부엔 어뢰ㆍ유도탄 등 가득

승조원 40명 각 위치서 일사불란

3명이 2개 침대서 번갈아 쪽잠

TVㆍ휴대폰은 물론 운동도 못해

개인 공간 없어 ‘금녀의 구역’

열악한 환경탓 근무자 확보 애로

해군은 지난 12~13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209급 잠수함의 수중작전과 승조원들의 생활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해군 잠수함의 수중작전과 승조원 생활상이 공개된 것은 잠수함 운용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어뢰 발사와 함내 화재 진압, 전투장면 등이 생동감 있게 재연됐다. 해군 제공.

“함수(艦首) 전방, 적 항공기 접촉, 비상!” 13일 오전, 제주도 인근 해역을 수상 항해 중이던 209급(1,200톤) 잠수함인 장보고함 전투정보실. 북한 항공기가 근접 거리로 이동해오고 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김형준 함장(중령)이 “총원 잠항 위치”를 명령하자 승조원 40여명이 각자 자신의 위치로 긴박하게 이동했다.

“충수(充水)!” 잠항 준비 상태를 확인한 김 함장이 잠수함 내부 탱크에 물을 채우라고 지시했다. 탱크 밸브를 열자 해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해수를 머금은 선체가 북한 항공기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물속으로 숨어 들었다. 김 함장이 다시 “함 총원, 함수로!”를 외치자 승조원들이 선체 머리에 해당하는 함수로 달려갔다. 최단 시간 내 잠항하기 위해 함수에 조금이라도 더 무게를 싣기 위해서다. 선체가 심연을 향하는 동안 승조원들은 기침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숨을 죽였다.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은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작은 소리 하나에도 민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급 잠항 훈련을 마치고 선체가 안전 심도에 다다르자 승조원이 장보고함을 소개했다. 장보고함은 25년 전 도입한 우리 해군 최초의 잠수함이며 해군이 잠수함 내부를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잠수함 내부는 예상대로 좁았다. 길이 56m 너비 6.2m 선체 내부에는 엔진과 각종 밸브, 대함유도탄, 어뢰, 탐지체계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다닐 정도의 통로와 침실 정도가 승조원들에게 허락된 공간이다. 침상마저 3명이 2개를 돌려 쓰며 조각 잠을 잔다. 한 승조원이 “3교대로 잠을 자기 때문에 침대가 식을 날이 없어요”라며 웃었다.

한번 출동하면 대략 3~4주를 함 내에서 지내야 하지만 승조원 한 명에게 할당된 개인장비는 수건 한 장과 속옷 몇 벌 정도다. 개인 물품을 둘만한 공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해군 함정 대부분에 여군들이 배치돼 있지만 잠수함만은 여전히 ‘금녀의 구역’인 것도 여군 개인 공간을 제공할 수 없는 탓이다.

TV나 휴대폰은 상상할 수도 없다. 승조원들은 무엇보다 건강 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햇빛을 장기간 쬐지 못한데 따른 비타민 부족에다 각종 피부염과 치주 질환으로 고생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승조원은 “운동할만한 장소가 없는 탓에 변비는 기본으로 달고 살아야 한다”면서 “군인이니까 건강할 것이란 통념은 잠수함에선 예외”라고 헛헛하게 웃었다.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해군은 잠수함 근무자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2016년까지 10년 간 잠수함 승조원으로 양성된 장교와 부사관은 연평균 총 69명이지만 같은 기간 그만둔 잠수함 승조원이 연평균 46명으로, 이탈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근무자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는 근무자도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제주=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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