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성공적인 혁신도시들은 지방정부와 산업, 학계, 연구기관이 유기적인 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처럼 일부 공공기관이 지역에 분산된 데 그치지 않고, 이들끼리 지역 내 또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다. 필요에 따라 각계가 협력을 위한 기구를 만들기도 한다.
스웨덴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산업의 산실, 웁살라가 대표적이다. 이 도시가 첨단지식산업 도시로 성장하게 된 데는 웁살라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연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웁살라대는 스웨덴 유일의 약학과와 유럽 최대의 생체의학 분야 연구소를 보유한 명문대학이다. 먼저 대학과 협력하려는 제약회사들이 근처에 둥지를 틀었다. 의약청, 수의청, 국립식품관리국에 이어 에릭슨, 식스(SICS) 등 유명 기업과 연구기관이 이전하면서 웁살라는 명실상부한 첨단지식산업 도시로 거듭났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UIC’(웁살라혁신센터)는 지역 내 대학과 기업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웁살라시와 대학, 기업이 참여해 만든 UIC는 스타트업이 대기업 은퇴자로 구성된 자문단에 컨설팅을 받게 연결해 주고, 이후 본격적인 수익 발생 단계에 이르면 컨설팅 비용을 갚도록 한다. 지역 내 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분배해 또 다른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선순환 시스템인 것이다.
유럽 최고의 과학도시로 성장한 독일 드레스덴의 성공도 활발한 산학연 교류의 결과다. 동독 최고의 공과대학이었던 드레스덴 공대가 거점이 됐다. 여기에 더해 막스플랑크ㆍ프라운호퍼ㆍ라이프니츠 연구협회와 같은 유명 연구기관 산하 연구소와, 연구 결과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현재 드레스덴에는 인피니온, AMD와 같은 기업을 포함한 유럽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된 기업과 기업 관련 연구소만 약 1,500개, 고용된 근로자만 4만8,000명 이상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외와 국내 혁신도시를 단순 비교해 성패를 가늠하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혁신도시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생적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이전한 경우가 많다. 중앙 정부의 계획표에 따라 공공기관들만 자리를 옮긴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
프랑스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소피아앙티폴리스 정도가 파리의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공공기관을 이전시킨 계획 도시라는 점에서 국내 혁신도시와 성격이 가장 비슷하다. 하지만 50년 전 기획된 소피아앙티폴리스 역시 현재까지 개발 ‘진행 중’이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산업입지연구센터장은 “혁신도시는 단기간 성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 같은 민간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마련하는 게 산학연 협력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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