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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김은희 “드라마는 엉덩이로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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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김은희 “드라마는 엉덩이로 쓰는 것”

입력
2017.09.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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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간판 드라마 작가로 절친한 사이인 김은희(왼쪽)〮김은숙 작가가 6일 서울 홍릉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각자의 작업 방식과 드라마에 대한 생각, 근황 등을 밝히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국내 간판 드라마 작가로 절친한 사이인 김은희(왼쪽)〮김은숙 작가가 6일 서울 홍릉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각자의 작업 방식과 드라마에 대한 생각, 근황 등을 밝히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드라마를 시작하면 책상 앞에서 떠나지 않아요. 밥도 거기서 먹고요.”(김은숙 작가)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방법이 없어요. 무조건 쥐어짜는 수밖에요.”(김은희 작가)

한국드라마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를 만든 건 ‘시간’과 ‘엉덩이’였다. 번뜩이는 영감도 ‘마감 압박’에서 나왔다. 아시아 전역에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이상 김은숙 작가), 한국 장르드라마를 진일보시킨 ‘시그널’과 ‘쓰리 데이즈’ ‘싸인’(이상 김은희 작가)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6일 서울 홍릉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김은숙 김은희, 두 스타 작가가 들려준 얘기다.

새로 내놓는 작품마다 환호를 받는 두 사람이지만 그 뒤엔 피 말리는 고통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시청률 제조기’라 불리기에 그 시청률이 특히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김은숙 작가는 처음 사전제작에 도전한 ‘태양의 후예’를 떠올렸다. “1, 2회에서 14~15% 시청률로 선방했어요. 이후 3회 방송 직전까지 1주일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죠. 그 즈음 ‘김은숙 이제 못 쓰네’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었거든요. 3회 방송 끝나고 다음날 아침 시청률 나올 시간이 되자 휴대폰 메시지 알림음이 뜨더라고요. 좋은 소식이면 메시지가 한꺼번에 오는데 1분간 잠잠해요. 된통 욕먹겠구나 싶었죠. 다행히 이후에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지만, 지금도 그 적막의 1분을 절대 잊지 못해요.”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와 송혜교를 만나게 해준 사랑의 오작교이기도 하다. “혜교씨가 그러더군요. 유시진 역할이 송중기를 버려놨다고. 원래 중기씨는 남자다운 성격인데 거기에 달콤함이 얹어졌나 봐요(웃음).”

김은희 작가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질문을 받으며 환히 웃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김은희 작가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질문을 받으며 환히 웃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김은숙 작가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김은숙 작가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김은희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최악의 순간들로 대답했다. ‘싸인’ 마지막 회에서 영상과 음향이 끊기고 화면조정 시간에 볼 수 있는 컬러바가 튀어나왔던 방송 사고가 첫 손에 꼽혔다. “초치기 촬영을 하다 벌어진 일이었어요. 지상파 드라마 데뷔작이었는데 제가 처한 현실을 깨달았죠. 영화가 달구지라면 드라마는 F1 레이스 같더군요.” 사이버 수사대 이야기를 다룬 ‘유령’ 때는 국제 해커팀의 해킹으로 도시가 블랙아웃 되는 내용을 그렸다가, 한전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나름대로 해외 사례를 조사해서 쓴 이야기였어요. 어쨌든 밤 10시 프라임 시간대를 맡고 있으니 책임감을 더 키워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였죠.”

김은숙 작가는 같은 질문에 ‘파리의 연인’의 대사 “애기야 가자”를 꼽았다. “그 대사로 대박이 나서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이유도 보탰다. 또 ‘도깨비’의 메밀밭 장면도 빠지지 않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던 장면이다. “해외 촬영을 떠나기 이틀 전인데 비가 와서 메밀꽃이 떨어지는 거예요. 감독이 메밀밭 장면부터 찍자고 하더군요. 하룻밤 만에 대본을 썼어요. 너무 급하니까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견지하는 원칙은 드라마를 함께 만드는 사람과 시청자에 대한 배려다. 김은희 작가는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본다”고 했다. 책상 앞에 포스터를 붙여놓는 것도 “대본만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스태프를 떠올리며”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전에 연출자와 충분한 교감을 하지만, 그럼에도 장르드라마 특성을 고려해 지문은 최대한 상세하게 쓴다.

김은숙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남의 돈으로 예술하면 안 된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작은 배역이어도 기억될 만한 대사로 도움을 줘야 하고, 스태프 월급이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은 교감하는 지점이 많았다. 상대방의 열렬한 팬을 자처했고, 집필 스트레스와 고민도 함께 나눈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 첫 방송도 함께 봤다고 한다. 똑같이 12세 딸 아이를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간혹 습작도 한다는데, 김은희 작가의 자녀는 사람이 죽는 엔딩을 쓰고, 김은숙 작가 자녀의 글에는 재벌 2세 남자가 등장한다고 한다. 엄마들의 작품을 꼭 빼다 박았다. 두 사람은 “아이에게 큰 잘못을 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요즘엔 신작 집필에 여념이 없다. 김은숙 작가는 배우 이병헌이 출연하는 ‘미스터 선샤인’을 내년 초 tvN에서 선보인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 군인 신분으로 한국에 돌아온 조선인 용병의 이야기를 담는다. 김은숙 작가는 “제작비를 많이 써야 해 제작사에서 욕먹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너스레로 근황을 전했다. 김은희 작가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와 조선시대 좀비물 ‘킹덤’을 제작한다. 어떤 줄거리인지 귀띔해달라고 하니 “이전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이 죽는다”며 “등장 인물들을 어떤 방법으로 죽여야 할지 고민돼 요즘 힘들다”고 웃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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