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상가ㆍ사무실 널려
작년 경남 청약경쟁률 216대1
아파트 상가는 부르는 게 값
강원ㆍ전남ㆍ제주도 비슷한 양상
8ㆍ2대책에 투기 열기 재점화
‘학ㆍ관ㆍ연 협력성장’ 취지 무색
경남 진주시 경남혁신도시는 지난해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21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상가 경쟁률도 폭등하다 보니 웬만한 단독 상가 1층은 3.3㎡당 3,000만원, 아파트 상가는 5,000만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는 구도심보다 1,000만원 이상 높다.
혁신도시에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 박모(50)씨는 “구도심 기존 상인들은 입주를 엄두도 못 내고 대규모 프랜차이즈업체 정도가 점포를 열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가 경남혁신도시의 이른 정착을 막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경북 김천시 율곡동 경북혁 신도시는 총 13개의 기관이 모두 이전했고 마지막 민간아파트 입주도 한창이지만 중심상가를 비롯한 생활 인프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TX김천구미역 앞 한 3층짜리 상가건물은 4분의 3이 비었고, 1층 우편함은 대출안내 등 '찌라시'로 가득 차 있었다.
경남 경북 등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인프라 시설 확충이 더딘 이면에는 부동산 투기광풍이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값 폭등으로 임대료 상승, 상가 공실률 증가, 도시형성 지연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6년 전 경북혁신도시 분양 당시 3.3㎡당 500만원 대이던 상업지역 땅값이 최근에는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1,200만원 이상 호가한다. 10여년 전 3.3㎡당 8,000원에 불과하던 혁신도시 경계 바깥 한 임야 공시지가가 올해는 16만원으로 20배나 뛰었다. 혁신도시 외곽 나대지도 3.3㎡당 200만원대에 이른다.
폭등한 땅값과는 달리 장사는 생각처럼 되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상주인구가 적고 주말에 집을 비우는 이전기관 임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전공공기관 앞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30)씨는 “지난해 초 3억원을 들여 개업했는데, 제대로 영업할 수 있는 날은 월~목요일까지 4일뿐”이라며 “8만명이 넘는 인천 청라지구와 2만명도 안 되는 경북혁신도시 임대료가 비슷하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원혁신도시가 조성된 원주시 반곡동은 전국에서도 가장 '핫'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원주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반곡동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1.02%, 지난해는 14.3%나 상승할 정도로 부동산경기를 견인해왔다. 원주 전체 평균 5.02%, 5.1%에 비해 2~3배에 이른다.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인 전남 나주시 빛가람도시는 정부의 8ㆍ2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가장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과대학 설립이 속도를 내면서 혁신도시는 물론 광주 남구ㆍ서구지역 땅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 발표 올 상반기 국토지가변동률에 따르면 광주 전남지역 땅값은 전년 동기대비 2.08%, 전남 1.84%로 지방평균 1.82%를 상회했다. 특히 광주 남구는 2.84%, 전남 나주시 2.62%로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1일 오후 찾아본 이곳 역시 사무실도 대부분 비어 있었고, 임대와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만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투기 광풍이 가장 뜨겁게 몰아쳤던 제주지역 내 혁신도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역 부동산업계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10월 3억4,500만~3억5,500만원이던 제주혁신도시 LH2단지 84.94㎡형이 지난 7월에는 5억1,500만원으로 2년도 되지 않아 1억5,000만원 이상 폭등했다. 땅값은 이보다 더 올라 2015년 1월 3.3㎡에 190만원이던 혁신도시 내 1종주거지역 대지가 6월에는 478만원에 거래됐다.
타 지역 혁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제주혁신도시도 땅값 폭등이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고, 높은 공실률로 이어졌다. 일부 매장은 비싼 임대료에도 매출은 턱없이 적어 개점과 동시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 혁신도시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2005년 말 입지선정이 완료 직후부터 혁신도시 내 상업ㆍ업무용지는 물론 아파트도 여러 차례 손바꿈을 하면서 급등했고, 결국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의 8ㆍ2부동산대책은 꺼져가던 혁신도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거주지 제한 없이 1순위 자격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북혁신도시 일부 상가는 이미 구도심을 능가할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주택용지 분양률은 100%, 업무용지도 평균 95.2%나 된다. 하지만 혁신도시 조성의 근본 이유인 학ㆍ관ㆍ연의 협력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산업용지나 클러스터 용지는 극히 저조하다. 클러스터용지 분양률은 대구 65.4%, 울산 61.7% 등에 불과하다. 경북(47.6%)과 충북(28.7%)은 절반도 팔지 못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 이사는 “혁신도시에 투기꾼들은 거의 발을 뺐지만, 일부 지역은 땅값이 지나치게 올라 도시형성에 장애를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개발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