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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김양 “사냥 나간다” 메시지… 2시간 만에 초등생 유인ㆍ살해ㆍ신체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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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김양 “사냥 나간다” 메시지… 2시간 만에 초등생 유인ㆍ살해ㆍ신체훼손

입력
2017.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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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월29일 김양ㆍ박양 지속 연락

초등생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손가락 예뻐?” “예뻐” 카톡 대화

범행 3시간 후 박양 홍대서 만나

신체 담긴 검은 종이봉투 건네

#2

석달 후 김양 “살인 지시 받아” 주장

박양은 “역할극 하는 줄 알았다”

재판부, 박양 주장 인정여부 관심

고교 자퇴생 김모(17)양과 재수생 박모(19)양이 공모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10대 여성들이 ▦아무 관계 없는 어린 초등생을 유인해 ▦살해 후 신체를 훼손하고 주고받은 점 등 그 엽기적인 정도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양과 박양은 올해 1월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후 자주 만나 술을 마시고 애정을 표현하는 문자와 통화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김양은 범행 이전부터 완전 범죄, 혈흔 없애는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범행 이틀 전인 3월 27일 15분, 28일 41분간 통화와 SNS 메신저를 주고 받았다. 김양은 범행 1주일 전부터 박양이 빨리 특정 신체부위를 가져오라고 재촉했다고 진술했지만 박양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3시간만에 유인부터 시신 훼손까지

범행이 일어난 3월 29일 오전 1시 김양은 박양과 44분에 걸쳐 통화를 했다. 그 후 인터넷에서 ‘완전범죄’를 한글과 영어로 검색했다. 뼈 관련 내용도 찾아봤다.

오전 11시 김양은 박양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 집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고 했고, 박양은 ‘저 중 하나 죽겠네. 불쌍해라 꺄악’이라고 답했다. 약 45분 후 통화에서 김양은 ‘(학교가) 언제 끝나냐’고 물었고, 박양은 ‘밥 먹고 바로 간다’고 알려 줬다. 김양은 ‘사냥 나간다’는 메시지를 박양에게 보냈다. 하교 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가는 김양은 여행가방을 끌고 선글라스를 쓴 차림이었다.

낮 12시44분 김양은 아파트 인근 공원 화장실에서 휴대폰으로 피해 아동이 다니던 학교의 하교 시간과 주간 학습 안내서를 검색했다. 그 뒤 공원 놀이터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A(8)양이 김양에게 다가왔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휴대폰을 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A양을 김양은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김양은 경찰 조사에서 “배터리가 없어(방전돼) 집 전화를 쓰게 하려고 데려갔다”고 진술했지만, 김양의 휴대폰 분석 결과 배터리는 충전된 상태였다. A양 어머니는 재판에서 “친구와 놀거나 할 때는 근처에 아이 있는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빌려 달라고 해서 집에 꼭 전화를 하라고 가르쳤다. 이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낮 12시49분 김양은 A양과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이 있는 15층이 아닌 13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이동했다. 집 거실에서 A양을 강아지, 고양이랑 놀게 한 뒤 태블릿 PC 케이블로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오후 1시 김양은 박양과 카톡 대화를 나눈다.

김양=잡아 왔어. 상황이 좋았어. 집에서 전화기 쓰게 해 준다고 데려왔어.

박양=살아 있어? CCTV 확인했어?

김양=살아 있어. 여자애야.

박양=손가락 예뻐?

김양=예뻐.

이후 김양은 다시 케이블로 A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오후 1시10분 김양은 시신을 안방 욕조 안으로 옮긴 후 주방용 칼로 새끼 손가락을 자르고 신체를 훼손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흥분,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든 김양은 오후 1시37분 박양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눈 앞에 사람 죽었다. 내장 보인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박양은 ‘침착해라. 진정하고 심호흡해라’고 한 뒤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했다. 통화는 8분 동안 이어졌다. 통화 후 김양은 시신을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고,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가서 4, 5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물 탱크 위에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채 두 시간도 안 되는 사이 김양은 A양을 살해하고 참혹하게 훼손해 유기했다.

오후 2시49분 김양은 박양에게 전화를 걸어 시신을 정리했다고 알리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박양에게 건넬 손가락은 투명한 물병에, 일부 장기 등은 투명한 비닐봉투에 담고, 남은 장기들을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에 버렸다.

오후 4시9분 김양은 옷을 갈아입고 박양을 만나러 나섰다. A양을 살해하고 약 3시간이 지난 시각이다. A양 부모는 학교 간 딸아이가 귀가하지 않자 오후 4시24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놀이터 인근 폐쇄회로(CC)TV에서 김양의 인상 착의와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김양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내 30여가구를 탐문 수사하기 시작했다.

인천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양(왼쪽)에게 검찰이 지난달 29일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주범 김양에 대해서는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사진은 4월 13일 영장실질심사에 나온 박양과 지난 3월 30일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김양(오른쪽). 연합뉴스
인천초등생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양(왼쪽)에게 검찰이 지난달 29일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주범 김양에 대해서는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사진은 4월 13일 영장실질심사에 나온 박양과 지난 3월 30일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김양(오른쪽). 연합뉴스

지하철을 타고 홍익대 입구로 간 김양은 오후 5시44분 박양을 만나 피해자의 손가락과 일부 장기 등을 담은 검은 종이 봉투를 건넸다. 박양은 ‘잘 처리했느냐’고 물었고, 김양은 ‘알았다’고 답했다. 박양이 재차 묻자 김양은 ‘등 뒤에서 줄로’라고 답했다.

오후 6시 두 사람은 가까운 술집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김양이 봉투를 가리키며 ‘손가락 예쁘더라’고 했고, 박양이 술집 화장실로 가서 봉투를 열어 확인했다. 돌아온 박양에게 김양은 ‘손가락 예쁘지 않냐’고 했고 박양은 ‘예쁘다’고 답했다. 김양이 ‘그 정도면 크기 충분하냐’고 묻자 박양은 ‘충분하다. 잘했다’고 답했다. 박양은 이런 대화를 나눈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후 7시15분 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가 오후 8시31분 김양이 어머니 전화를 받은 후 헤어졌다. 김양은 어머니와 전화에서 ‘경찰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무섭다고 하자 박양은 진정하라며 달래 주었다. 각자 집으로 가는 중에도 2분 동안 통화를 하고 카톡을 주고받았다. 박양은 ‘지하철역에서 봉투 건네받은 게 (CCTV에) 찍혔다. 평소 내가 쿠키 선물을 자주 줬으니 이번에는 쿠키 선물을 받은 거라고 말을 맞추자’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카톡, 트위터 메시지를 전부 삭제했다. 박양은 이에 대해 ‘김양이 먼저 삭제하는 게 좋겠다며 삭제했을 뿐, 나와 상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양은 집 근처 쓰레기통에 받은 시신 일부를 버렸다.

오후 10시30분 경찰은 김양의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서 훼손된 시신을 발견했다. 30일 오전 0시40분 김양은 긴급 체포됐다.

“박양의 지시 받아 살인 저질렀다”

수사와 재판 진술을 종합하면 이 엽기적 사건은 인육에 집착한 두 10대 여성이 신체 적출을 목적으로 제압하기 쉬운 어린 아동을 겨냥해 공모한 끔찍한 범행이다. 그러나 박양의 역할에 대해 진술이 엇갈린다.

인천지법 앞에 나열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엄정한 수사와 판결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플래카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지법 앞에 나열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엄정한 수사와 판결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플래카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양은 체포 당시만 해도 단독 범행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김양이 범행 다음 날인 3월 30일 경찰의 조사를 받는 도중 카톡을 주고받은 박양의 존재가 드러났다. 박양은 김양에게 “미안하고 이기적인 얘기지만 내가 얽힐 일은 없나요? 부탁해요”라고 물었고, 김양은 “(얽히는 일이) 없도록 할게. 장담은 못하겠지만 같이 엮이진 않을 듯”이라 답했다. 김양은 박양에게 “일단은 내 정신 문제라고, 그 서술하고 있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김양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김양이 카톡 앱을 삭제했지만 경찰은 PC와 연동된 대화내용을 확인했다. 4월 10일 박양은 살인방조,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6월 23일 박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양이 “(박양으로부터) 살인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하며 사건 양상은 180도 바뀌었다. 김양은 “박양이 제 안에 잔혹성이 있다며 J라는 다른 인격이 있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그래서 스스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고 죽여야 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박양이 사람을 죽이라거나 사체 일부를 가져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구체적인 박양의 지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진술을 뒤집은 데 대해 김양은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라고 밝혔다. “박양이 절친한 친구라고 믿었으나 (범행 이후)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네가 책임지라’고 얘기해 서운했다”고도 했다.

박양은 그러나 살인방조나 공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양의 변호인은 “박양은 김양으로부터 살인 계획을 들은 사실도, 사체 일부를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라며 “(범행 당시 주고받은 문자는) 가상의 역할극에서 살인(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대답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의 다중인격 언급도 평소 김양 스스로 얘기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재판 도중 박양에게 적용한 혐의를 살인방조죄에서 살인죄로 바꾸고, 8월 29일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미성년자인 김양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미성년자 약취, 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 유기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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