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외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 후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연이틀 뒷수습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협상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적으로 그렇다”라며 “모든 것이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옵션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대화 옵션을 배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백악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전날 “우리는 결코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뒤집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과 참모간 엇박자 논란이 불거지자 매티스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이 내 말을 잘못 해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모순되는 것은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불화설 수습에도 나섰다. 그는 자신이 언급한 외교적 해법은 대화 외에 더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경제적 제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 성명도 외교적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당장 북한과 대화하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과의 의견 불일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대화 무용론 취지를 담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지금은 대화할 시기가 아니다’는 의미로 국한하며 대통령과의 불협화음 논란을 봉합한 것이다.
참모들과의 조율 없이 냉온탕을 넘나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발언이 계속되면서 미국 일각에서는 되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성급한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혼자 행동하는 예측할 수 없는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하다 자칫 북한의 덫에 말려드는 최악의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이 파국적 결과를 초래해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위험한 대화에 나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거나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이 협상 조건을 정하는 등 협상 주도권을 쥐는 것을 북한이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안도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쇼맨’에겐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어서 협상이 성급하게 타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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