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차로 교량 너비 넓어
공법ㆍ설계 적절성 등 검토
엿가락처럼 휘어져 무너져 내린 경기 평택호 횡단교량 교각상판 붕괴사고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고 당일 바람이 거세지 않았고, 현장에서 활용된 공법도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설계ㆍ시공 부실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토목 구조 전문가 5명 ▦토목 설계ㆍ시공 전문가 4명 ▦사업 안전관리체계 전문가 2명 ▦안전보건 전문가 1명 등 모두 12명으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 가동에 들어갔다. 김상효 연세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조사위는 10월 27일까지 60일간 현장방문 조사와 설계ㆍ시공 적절성 등을 검토한다.
이날 오후 2시 현장에서 열린 착수회의에서도 공법의 적정성 등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서 활용된 ILM공법은 교각을 먼저 만든 뒤 육상에서 별도 제작한 상판을 한쪽에서 고정해 압축장비로 밀어 넣어 교량을 잇는 방식이다. 공기가 짧고 안전하다고 알려져 국내 다른 교량 건설 현장에서도 자주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법이 적용됐다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상판 4개(개당 60m)와 함께 이를 떠받치던 교각 5개 중 1개가 붕괴된 점을 감안, 교각 부실시공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상판이 무너져 내리며 교각이 밀려 쓰러졌을 가능성도 있어 예단은 이르다.
거센 바람, 폭우 중 콘크리트 타설 등 기상 상황을 요인으로 꼽기도 하나, 공법 특성상 실내에서 상판을 제작한 뒤 완성품을 조립하듯 교각에 올리는 작업이 이뤄진 탓에 관련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붕괴된 다리가 이 공법이 활용된 국내 교량 중 가장 폭이 넓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왕복 4차(너비 27.7m)로 광폭원에 ILM을 적용한 것은 국내 첫 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교량을 잇는데 쓰였을 때보다 위험성이 높은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황성규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재로서는 원인을 가늠하기 이르다”면서 “기술적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불법하도급 여부 등 구조적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3시24분쯤 팽성읍 신대리에서 건설 중이던 (가칭)평택국제대교(총 길이 1.3㎞)의 상판 4개(240m) 중 230m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졌다. 공사 차량 2대 등이 파손됐으나 근로자 17명은 모두 휴식 중이어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붕괴된 평택국제대교는 평택시 팽성읍 본정리∼포승읍 신영리 11.69㎞를 왕복 4차로로 잇는 평택호 횡단도로 일부 구간이다. 평택시가 1,320억원을 들여 지난 2014년2월 대림산업에 공사를 맡겼다. 공사가 58.7% 진척됐으나 이번 사고로 내년 12월 완공에 차질이 예상된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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