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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거는 기대

입력
2017.08.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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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동화작가 ‘그림 형제’의 작품 중에 ‘황금열쇠’라는 동화가 있다. 짧으니 옮겨보자. “눈이 깊게 쌓인 어느 겨울날, 나무하던 가난한 소년이 불을 피워 몸을 녹이려 했다. 땅바닥의 눈을 쓸고 보니 작은 황금열쇠가 있었다. 소년은 어딘가 자물쇠도 있으리라 생각하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정말 자물쇠가 달린 상자가 나왔다. 어찌나 작은지 거의 보이지도 않는 자물쇠 구멍에 열쇠를 끼우니 다행히도 딱 맞았다. 소년은 열쇠를 돌렸다. 자 이제 우리는 소년이 열쇠를 완전히 돌려 뚜껑을 열어젖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다음에라야 우리도 상자 안에 얼마나 멋진 물건이 들어있는지 알게 될 거다.”

이 동화가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년은 ‘열쇠 모양의 황금’을 주웠으니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이를 ‘황금으로 된 열쇠’로 봤다. 열쇠로 보니까 힘들게 언 땅을 파서 자물쇠를 찾은 것이다. 무언가 의미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서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크고 귀한 가치와 만나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17일 전면 개통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이 딱 그렇다.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으로 볼지, ‘내게 맞는 보조금을 찾아내는 시스템’으로 볼지에 따라 쓰임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국고보조금은 자치단체나 민간이 수행하는 사무 및 사업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돈이다. 올해 기준으로 60조원이다. 규모는 엄청나지만 각 부처별 칸막이 운영, 수작업에 의한 사업관리, 선지급 후정산 등의 문제로 중복·부정 수급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풀려고 국고보조금을 통합 관리하고 편성, 교부, 집행 등 전 과정을 전자화, 정보화한 e나라도움을 구축했고, 얼마 전 개통했다. 부정수급을 막고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낭비 없이 꼭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황금열쇠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소년이 황금보다 열쇠에 주목했던 것처럼, 부정수급 방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소수의 부정 수급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며칠 전 전면개통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정보공개 기능을 강조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열쇠 발견에 이어, 자물쇠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시스템의 정보공개 기능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보조금 통계정보가 아니라 수혜자 중심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나라도움 포털에 접속해 ‘나의 보조금 찾기’로 들어가면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보조금을 조회하고 신청할 수 있다. 시스템은 또, 보조사업의 처음과 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달체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기능이 활성화되면, 보조금 사각지대 해소에 일조할 것이다. 또 정보공개 그 자체로 보조금 누수를 없애고 보조금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더 나아가, 내가 납부한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일목요연하게 앎으로써 ‘국민 참여 예산’의 기반을 닦을 수도 있다. 국민을 ‘보조금정책의 대상자’에서 ‘재정혁신 플랫폼의 주도자’로 새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시스템 확장은 앞으로의 과제다. 지금은 보조금에만 적용했지만, 출연금이나 융자금 등 다른 예산항목으로도 빠르게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향후 대한민국 정부 대표 포털인 ‘정부 24’와 연계해 다양한 채널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적 접근도 필요하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침해받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그림 형제’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보물상자의 발견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진짜 이야기는 아직이다. 보물상자는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의 특성상 열쇠를 돌려 상자를 여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적극적 활용과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김미량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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