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근 장관 후보자 인사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놓고 협상과 파행을 반복하며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국민의당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게 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대리사과를 하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면서 극적으로 국회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여야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자마자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안의 공무원 증원 항목을 놓고 또다시 격돌하고 있다. 뜨거웠던 7월 임시국회 정국을 정리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정당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라 청춘(불청)=지난주 여야가 장관 후보자 인사와 추경안을 놓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했죠.
여의도 구공탄(구공탄)=문재인 대통령은 원래 임명 절차를 강행하려는 입장이었어요. 실제로 전병헌 정무수석이 이 같은 입장을 10일 저녁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요.
5년 만에 여당기자(여기자)=그런데 우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었죠. 이대로 끝낼 순 없다고 보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거죠. 이에 문 대통령이 2, 3일 더 여야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하면서 2박 3일간 우 원내대표의 동분서주가 시작됐습니다. 사실 장관 후보자 2명 중 1명은 포기하자는 안을 당에서 제기했지만, 전 수석이 ‘1명을 포기하면 야당이 추경을 받아주는 게 확실하냐’며 압박했거든요. 우 원내대표로선 모험을 한 셈이죠.
불청=우 원내대표가 야당 원내대표들을 쫓아다니면서 애걸복걸하는 모습도 많이 목격됐죠.
봄 대선 야근말고(야근말고)=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매몰차다 싶을 정도로 우 원내대표를 대한 건 사실입니다. 원래 두 사람은 1991년 임채정 당시 국회의장을 함께 모신 보좌진 출신으로 형님ㆍ동생 하던 사이였죠. 비슷한 시기에 시의원에 출마했다가 나란히 낙선하기도 했고.
불청=야당을 설득한 중재안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여기자=국민의당은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대선 제보조작 사태를 비판한 추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청와대 대리사과라는 역제안을 했죠. 우 원내대표가 “추 대표에게 사과를 요청해도, 들어줄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는가”라고 국민의당을 설득한 게 통했다고 해요. 추 대표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가 협상의 물꼬를 텄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죠. ㅎㅎ 어쨌든 청와대 대리사과 제안을 국민의당이 받아들이자 민주당 원내 쪽에선 “우주의 기운이 모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죠. 그게 12일 밤 9시쯤이었습니다.
구공탄=청와대 대리사과를 누가 하느냐는 두고도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하던데. 당초 전병헌 정무수석 사과 카드를 내밀자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반대를 했다고.
야근말고=국민의당 지도부 안에선 일단 정무수석 정도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했고요.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사과까지 요구하는 강경한 기류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청와대가 대통령 사과까지 수용하긴 힘들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전화 말고 직접 국회를 찾아와 사과하는 수준으로 정리가 됐다고 합니다.
불청=그렇게 해서 13일 오전 임 실장이 국민의당 박주선 위원장을 찾았죠. 하지만 그 바람에 ‘추미애 패싱’ 논란이 일었는데.
구공탄=그날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청와대와 여야 간 긴박한 대화가 오가는 상황인데 추 대표는 한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추 대표 소외설이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이후 추 대표 측에서 대리사과 사실을 미리 통보받았다고 진화에 나서고, 청와대도 전 수석이 13일 오전에 먼저 추 대표에게 알렸다고 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추미애 패싱’ 프레임을 내건 국민의당의 공세에 밀려 부각이 안 됐죠.
야근말고=12일 밤 협상에서 한국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ㆍ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중 송 후보자를 꼭 집어서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심 조 후보자의 낙마를 고려하고 있던 민주당에서는 다소 난감한 분위기였다고.
불청=13일 오후 우 원내대표는 ‘조대엽 사퇴’ 담판을 지으러 청와대를 찾아갔죠. 문 대통령이 그날 아침만 해도 인사와 추경안은 연계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는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뭔가요.
여기자=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까지 쫓아간 마당에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2명 다 임명을 고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칫 여당 원내대표까지 무시하는 그림이 되니까.
구공탄= 일각에선 이미 시나리오는 다 짜여 있었고, 대통령이 ‘결단’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연출을 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출국 전 우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상황에 대한 당부를 했을 때부터 이미 교감이 있었던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요.
불청=이번 국회 정상화 과정을 복기하면 원내교섭단체 4당 간 협상과 중재가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던데.
야근말고=야권에선 청와대가 지나치게 원내 문제에 간섭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우 원내대표가 아무리 문제를 풀어내려 해도 청와대가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협치가 되겠냐는 것이죠.
구공탄=당 체제가 정비된 보수야당은 지금보다 더 강하게 반대 전선을 사사건건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건은 국민의당의 위치인데, 현 지도부는 여전히 강온 전략을 오락가락하며 갈피를 못 잡는 모습입니다. 내달 27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당이 어떤 대표를 뽑아내냐에 따라 협치 정국에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여기자=한 중진 의원이 “3개월 남짓한 청와대의 계절은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는 국회의 시절이다”라고 말하더군요. 100대 국정과제 입법 작업을 비롯해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80%의 지지율에 취해 청와대는 협치에 대한 절실함을 아직 못 느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치권에선 오죽하면 차라리 이번에 파국을 맞아서 판이 깨졌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래야 청와대와 여야 모두 협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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