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의무 후송이나 탐색ㆍ구조 등에 특화된 수리온은 조종사 2명을 포함해 최대 18명의 병력을 태울 수 있다. 이런 헬기가 자칫 엔진 이상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보완 없이 실전 배치하고, 교육 훈련까지 이어 갔다는 것은 안보상 허점이나 예산 낭비를 따지기 앞서 장병의 목숨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6년 동안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해 육군에 실전 배치된 수리온은 ‘명품 헬기’라는 군 당국의 자화자찬과 달리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수리온은 배치 직후인 2013년 초부터 3년여 동안 전면 바람막이 유리인 윈드 실드가 다섯 차례나 파손됐다. 외부 충격에 약하고 파손시의 잔금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헬기에 사용된 전례가 없는 소재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계상 하자라고밖에 볼 수 없는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충돌 사고도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륙이 아닌 정지 상태 시험으로 합격 판정을 내렸고, 육군은 사고 이후 설계 수정 등 근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이륙시 출력 제한이라는 임시 방편으로 대처했다. 지금 배치된 60대의 수리온 헬기에서는 공통적으로 빗물이 새고 있다는데, 이는 동체 결합 불량이나 밀폐제 마모가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수리온은 2015년 초 과속 후 엔진 정지 현상으로 비상 착륙하는 일이 두 차례 연달아 발생했다. 급기야 그해 말에는 똑같은 현상으로 추락해 자칫 장병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사고까지 났다. 엔진 성능 저하를 부르는 헬기의 결빙 시험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뒤늦게 미국에서 결빙 성능 시험을 한 결과 약 30% 항목이 기준 미달이었지만 방사청은 “2018년 6월까지 보완하겠다”는 KAI의 계획만 듣고 납품을 승인했다고 한다.
감사 결과대로라면 방위사업청, 육군, 국방과학연구소 등 군 당국과 KAI의 조직적 부정 결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발비 등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 개발비를 부풀려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이미 검찰 수사 대상인 KAI는 물론이고 결함 있는 방산 물자의 납품을 허용한 방사청 등에 대한 대대적 조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진상을 낱낱이 밝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송영무 국방장관과 새 방위사업청장은 방산 비리 척결을 국방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비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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