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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7.07.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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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올 리브 올리브'에 출연한 위즈단(왼쪽)과 딸 제나가 8일 서안지구 북부 세바스티아의 자택에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화 장면을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올 리브 올리브'에 출연한 위즈단(왼쪽)과 딸 제나가 8일 서안지구 북부 세바스티아의 자택에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화 장면을 보고 있다.

서안 지구 북부의 최대 도시인 나블루스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15분쯤 들어가면 인구 4,500여명의 소도시 세바스티아가 나온다. 작지만 로마시대 이전부터의 유물과 비잔틴제국, 오토만 시대의 건축물, 세례 요한(구약성경 속 예언자)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터의 교회 등 고대 유적지가 많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성지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화로울 것만 같은 세바스티아에는 분할 통치의 장벽이 가로질러 있다. 언덕에 걸터앉은 마을 정상으로 올라가면 텅 빈 운동장 맞은 편에 로마시대 기둥들이 세워져 있는데, 이 기둥부터 언덕 아래가 이스라엘이 통치하는 C구역이다. C구역 인근에는 이스라엘 측의 작은 군사시설에서 시작해 유대인 정착촌으로 확장된 샤비샤므론이 있다. C구역과 샤비샤므론에 강제 편입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농지와 마을에는 수시로 이스라엘군이 들어오고 출입을 통제한다.

이러한 세바스티아에 뿌리를 내린 이들 중 김태일, 주로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올 리브 올리브’에 출연한 위즈단 가족이 있다. 올 리브 올리브는 세바스티아 지역에서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위즈단과 3명의 가족을 비롯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매일 같이 마주하는 피점령 현실을 다룬 영화다. 위즈단은 작품 전체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영화 속 4명이던 위즈단의 식구는 현재 5명이 됐고 곧 여섯 번째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즈단은 현재 나블루스의 법원에서 속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위즈단 가족은 팔레스타인 인구 70%가 그렇듯 올리브를 주 수입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땅이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에 편입돼 이스라엘군의 허가증이 있어야만 농장에 들어갈 수 있다. 신청 후 발행까지 3개월이 걸리는 출입허가증에는 출입 가능 기간과 지역이 명시돼 있는데, 가족이라도 허가증이 없으면 가서 수확을 도울 수 없다. 위즈단의 아버지 마지드는 “지난해에는 올리브가 풍작이었는데, 허가를 3일밖에 내주지 않아 수확을 전부 하지 못했다”며 “손해가 1만8,000달러(약 2,000만원)”라고 토로했다. 이스라엘에서 농작물 수확 일을 하는 위즈단의 남편 니달이 매일 15시간씩 일하면서 손에 넣는 일당이 30달러인 것에 비하면 절망할 만한 피해액이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온 마지드는 이야기 도중 난민 가족 등록증을 들고나와 사진을 찍으라 건넸다. 등록증에는 가족들의 이름과 난민번호, 고향인 하이파 등이 명시돼 있었다. 영화에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고향집의 열쇠를 들고나와 목에 걸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던 그다. 마지드는 말을 아꼈지만 ‘우리가 사라져도 우릴 기억하는 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있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촬영했다.

늦은 귀가 시간이 걱정됐는지 마지드는 택시로 나블루스의 숙소까지 동행해 배웅했다. 세바스티아 초입의 장벽을 발견하고 무엇이냐 묻자 그는 “저 너머가 영화에 나왔던 우리 땅”이라고 했다. 10월의 올리브 수확을 위해 지금쯤 허가증을 신청할 것이다. 마지드와 위즈단, 니달을 위해 올리브 풍작보다도 당장 올해 허가증이 무사히 나오기를 기도했다.

나블루스=새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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