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공식 요구함에 따라 양측 간 통상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FTA 공동위 개최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돌입하기 위한 첫 단계다. 정부는 공동위 개최와 별개로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려면 우리 측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 측 요구가 워낙 강경해 결국 한미 FTA 개정협상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 FTA는 어느 한쪽이 공동위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하면 다른 쪽이 응하고 만나서 개정 여부를 논의하는 것까지는 의무사항”이라며 “다만 FTA 개정 협상 개시는 공동위 개최만으로 바로 시작되는 건 아니고 양측이 공동위 의사결정으로 합의 해야만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공동위는 ▦FTA 협정 이행 감독과 규정해석 ▦개정 검토 ▦협정상 약속수정 등에 대해서 양측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구다. 미국은 이에 따라 공동위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협정문에 따르면 “한쪽이 공동위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하면 별도의 양측 합의가 없을 경우 상대방은 30일 이내 개최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측이 12일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며 그 시점으로 다음달을 지목한 건 이런 이유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공동위 개최 시점 연기를 요청할 방침이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통상교섭본부 설치는 물론 FTA 공동위 우리 측 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도 임명되지 않은 만큼 미국과 FTA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미국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며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이후에 공동위를 개최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미 양측이 다음달 공동위에서 FTA 개정협상 개시에 합의하면 본격적인 협상 진행 시점은 이르면 오는 11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 개시를 위해선 양국 모두 국내법 절차를 밟는 데 최소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개최와 통상조약 체결계획 수립, 대외경제장관회의와 국회 보고 등을 거쳐야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미국 정부도 협정을 전면 개정할 경우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협상 개시 의향을 통보해야 한다. 고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는 그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마친 뒤 한미 FTA 재협상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었다”며 “나프타 재협상이 올 11월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대상으로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 분야를 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과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덤핑 수출 등으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16개 교역국에 대한 무역적자 보고서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 안보 영향보고서 등을 근거로 한미 FTA 개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면 한국이 적자를 보는 지식재산권과 여행 서비스,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부분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 내에서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도시) 등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을 한층 더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FTA 개정으로 큰 이익을 얻어낼 게 없는 우리 정부로서는 결국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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