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3명 사망하는데…
음주운전은 상해만 입혀도 가중처벌
“법 개정해 졸음운전도 처벌 강화해야”
졸음운전 사고는 대부분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도로 위 흉기’로 불리지만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다. 과실범에게 주로 내려지는 금고형 처벌이 대부분이고, 실제 법으로 규정된 최대 형량도 금고 5년이 고작이다. 지난 9일 50대 부부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7중 추돌사고를 계기로 처벌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7월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졸음운전으로 사망자 4명을 포함, 42명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운전사 방모(57)씨는 올 2월 항소심에서 금고 4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1심에 비해 형량이 6개월 늘긴 했지만,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목숨을 잃은 점을 감안하면 턱 없이 낮은 형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가족은 “꽃다운 나이 딸들이 4명이나 생사를 달리 했는데 (처벌이 너무 낮다)”라며 오열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비슷한 사고에 우리보다 훨씬 더한 처벌이 내려졌다. 일본 군마현 마에바시 지법은 2014년 3월, 졸음운전으로 사망자 7명 포함해 45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버스 운전자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인명을 책임지는 직업인으로서 (졸음운전은) 용납될 수 없는 비상식의 극치”라며 운전자를 엄중하게 꾸짖었다.
사고 원인과 사상자 수는 분명 비슷한데, 이렇듯 형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보인 이유는 법이 규정한 처벌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졸음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최대 형량으로 정하고 있다. 졸음운전 사고로 수십명이 숨져도 금고 5년 이상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음주운전은 상해만 입혀도 가중처벌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졸음운전 사고 솜방망이 처벌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지난해 3월 경북 청도군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고속도로 작업 차량을 들이받고 청소 근로자 4명을 숨지게 한 남모(49)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앞서 2012년 6월 인천 부평구에서 졸음운전으로 은행 앞에 정차된 현금수송차량을 들이받고 수송 직원 김모(38)씨 두 다리를 절단케 해 숨지게 한 외제차 운전자 배모(55)씨에게도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을 뿐이다. 당시 처참한 사고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김여사 현금수송차량 사고’로 불리며 공분을 샀지만 처벌은 여론의 분노를 따라가지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은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졸음운전 사고는 총 1만2,539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566명에 이른다. 졸음운전으로 매년 113명, 사흘에 한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개정해 졸음운전으로 여러 명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금고형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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