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닷새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인 이번 방미에서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에 한미의 이견이 없음을 공식으로 확인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대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조치를 시행”해 북한이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해나가기로 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이 과정은 “평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명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앞세워서 이를 반대하는 미국 정부와 불협화음을 낼지 모른다는 걱정이 지나쳤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가 가능한 여건과 관련해 “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가까이 있는 한국이 감이 더 좋지 않느냐”고까지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반응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원칙 아래 여전히 모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공동성명에 담았듯 “비핵화 대화를 위해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포함한 양국 공동의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해가는 향후 노력이 더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드 문제도 앞으로 한미간 소통이 긴요한 사안이다. 양국 정상은 한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방어, 탐지, 교란,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사드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더 이상 배치를 둘러싼 불신이나 오해가 불거지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한미 회담을 통해 양국의 공조를 확인한 것은 소중한 성과이지만 이는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 떼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드 문제를 두고 반발할 중국을 설득하는 일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북한 문제는 갈 길이 더 멀고 험난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다섯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새 정부가 승인한 남측 민간단체 방북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한ㆍ미ㆍ일 공조를 다지면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여건을 조성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짐이 무겁지만 새 정부의 성패를 걸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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