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순의 시선]수레에 실린 노동의 가치
6월의 땡볕이 사정 없이 내리쬐는 언덕배기를 손수레가 힘겹게 오르고 있다. 앞장선 작은 수레와 뒤따르는 큰 수레에는 폐지가 가득 실려 있다.
"직업에 귀천은 없소" 수고 하신다는 젊은이의 인사에 선문답 처럼 돌아온 노인의 대답 이다.
폐지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전국에 약 175만명 가량이고 이들은 엄연히 경제 활동을 하는 노동자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버려지는 종이를 모으고 나르고 팔아 밥을 먹는다. 공짜 밥을 찾아 헤매는 자들이 더 대우 받는 것 같은 세태가 땀 흘리는 노인들을 지치게 한다
종이상자는 1kg당 90원 정도로 20년 전 가격과 비슷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든 물가가 천정을 뚫을 듯 올랐으나 이들이 손에 쥐는 값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 졌다.
'고달픈 삶이 어쩌고 하는 위로' 대신 제대로 된 가격을 치루는 것이 이들을 힘들지 않게 하는 것 이다. 수레에 가득 실린 것은 버려지는 종이가 아니라 소중한 노동의 가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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