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정상회담 방미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해법에 대한 2단계 접근법을 재차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기내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핵동결 정도는 약속을 해 줘야 이후 핵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면서 “핵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핵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되는 것이고 중간에 여러 이행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했다.
2단계 접근법은 문 대통령이 6ㆍ15 기념식 축사나 방미 전 미국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이미 밝힌 것이어서 새로울 건 없다. 다만 핵동결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보상 등 한미의 역할을 새롭게 언급해 북핵 로드맵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핵동결과 한미연합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한미의 공식입장”이라면서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핵동결 상응조치와 관련해서는 ‘나쁜 행동’은 보상 대상에서 배제하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핵동결-한미훈련 축소 연계’ 발언과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자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밝힌 북핵 해법에서도 후퇴한 것이다. 후보시절인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핵 동결이 검증된다면 한미군사훈련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단계적 접근법보다는 비핵화를 전제로 일괄해법을 주장하는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대화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다.
문제는 핵동결에서 핵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의 단계별 행동에 대한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는 과거 북핵 협상에서 실패로 끝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재언급한 것이어서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북핵 의제는 대화와 관련한 보상에서 한미가 어떤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찾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에서 개인사를 부각하며 한미동맹의 공통 가치를 강조했다. 그 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하는 등 북핵 입장에서 여전히 현격한 입장 차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성과에 급급해하기보다는 신뢰와 이해를 쌓아 가는 첫 과정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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