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담배기금 곶감 빼먹듯…2조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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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담배기금 곶감 빼먹듯…2조 ‘펑크’

입력
2017.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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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건의료 R&Dㆍ사회복지 등

예산 따기 어려운 사업에 사용

#2

2년새 수입 2배 늘어도 빚더미

추경 통과 땐 1조8900억 달해

혈세 끌어다 돌려막기 악순환

#3

금연정책 지원은 지출 3.9% 불과

“목적에 안 맞는 사업은 제외해야”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배부담금 수입과 차입금

흡연자가 담배를 구매할 때 내는 세금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담배기금)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간 수입이 3조원이 넘는데도 사실상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하며 엉뚱한 곳에 쓰이는 돈이 늘어난 탓에 빚이 어느 새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담뱃세를 다시 올리거나 혈세를 투입해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엔 국민건강증진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추가로 2,390억원을 차입해 치매관리체계 구축 사업(당초 지출계획 154억→2,176억원) 등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올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차입금 규모는 당초 2,300억원에서 4,690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흡연자 건강관리, 질병예방 등 건강증진 사업을 위해 1995년 조성된 기금이다.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주요 재원으로 한다. 2015년 1월 담뱃값 인상(2,500→4,500원)으로 해당 부담금이 담배 한 갑당 354원에서 841원으로 증가하며 기금의 수입은 2014년 1조6,283억원에서 2015년 2조4,756억원, 지난해엔 2조9,629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이처럼 수입이 배로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기금 ‘살림살이’는 악화일로다. 기금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매년 부족분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끌어다 쓰면서 누적 차입금 규모는 이미 1조6,516억원이다.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차입금 규모는 1조8,900억원으로 불어난다. 문제는 내년 700억, 2019년 2,200억원, 2020년 3,386억원 등 앞으로는 차입금 상환도 시작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다시 돈을 끌어와 기존 차입금을 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재원이 국고채 발행액, 공공기금 예치금 등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금으로 기금의 재정 ‘펑크’를 계속 돌려 막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 것은 사실상 기금이 정부 쌈짓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기금은 먼저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매년 흡연자로부터 걷은 담배부담금 수입(올해 3조671억원)의 65%가 건강보험으로 넘어간다. 이 외에도 보건의료 연구ㆍ개발(R&D), 보건산업 육성, 사회복지 등 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각종 부업까지 기금 사업으로 편성되고 있다. 기금으로 진행되는 복지분야 사업은 ‘일회성’이 아니어서 지출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5~2016년 총 58개 3,615억원 규모의 보건 분야 사업이 일반회계에서 기금으로 이관됐다. 여당 관계자는 “복지부가 기재부에서 예산을 받아오기 어려운 사업을 손 쉽게 기금으로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 2004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기금 사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며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예산 편성이 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정작 기금의 최우선 목적인 금연정책 지원은 홀대 받고 있다. 올해 기금 지출계획에서 직접적인 금연사업 예산은 1,455억원으로 총 지출(3조7,342억원)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금연 사업에 적정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엉뚱한 사업에 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도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다시 일반회계로 이관해 기금 운용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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