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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늘의 일, 그리고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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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늘의 일, 그리고 사람의 일

입력
2017.06.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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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심어놓은 벼가 말라서 모내기를 새로 해야 할 지경인 지역도 있습니다. 6월 내내 가뭄이 지속되고 7월도 충분한 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는 상황이라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자리에선가 “진작에 가물 줄 알았더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을 모아두었을 텐데, 예상 밖에 닥친 가뭄이라 원망밖에 안 나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뭄을 두고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지만 가뭄이 최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온실 가스가 전혀 없었던 왕조 시대에도 가뭄으로 고통 받은 기록이 많습니다. 물을 모아두고 분배하는 일을 잘 한 사람이 왕의 자리에 오른 것도, 충분하지 못하거나 모자라는 물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것입니다.

하늘의 일이 있고 사람의 일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안 내리는 건 하늘에 달렸습니다. 넘치고 모자라는 비를 관리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인간의 일입니다.

저는 지방자치가 뜻밖의 재난에 대비하는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꽃이자, 풀 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지역에 밀착해서 가장 요긴한 사안과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자치정부와 의회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저 ‘뿌리’라는 말은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은 땅 속에 묻힌 뿌리와 같습니다. 중앙과 수도권의 소식은 곧잘 전파를 타고 알려지지만, 지역의 소식과 민심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습니다. 깊은 사정은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대책도 성기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가뭄에 관해서도 위에선 모르는 일들이 많습니다. 발품을 팔지 않으면, 직접 가서 보고 듣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살펴야 합니다. 나무가 지탱하는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무는 잔뿌리가 중요합니다. 잔뿌리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가늘지만, 잔뿌리가 살아 있어야 굵은 뿌리와 나무가 지탱하는 자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의원들의 한 걸음이 한 걸음이 지역에 잔뿌리를 내리는 일입니다. 잔뿌리를 뻗어 사정을 살피고 대책을 궁리하는 것, 이것이 사람이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마음으로야 천 번 만 번 하늘을 쥐어짜서라도 비를 내리게 하고 싶지만 그건 그야말로 불가항력입니다. 땅에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의원들이 비가 안 되면 땀을 쏟아서라도 땅을 적신다는 각오로 뛰는 이유입니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서 군의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절감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하늘의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사람의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이슬 한 방울이라도 아쉬운 농심을 그대로 우리 의원들에게 전해주십시오. 고심 끝에 짜낸 묘안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만고의 진실처럼 듣고 받들겠습니다. 가뭄이 가시기 전까지 의원들 모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타들어 가는 땅에 한 모금의 물이라도 더 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영호 군위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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