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멧돼지를 배불리 먹이면 농경지 침입이 줄어들까?
충북 옥천군은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산에서 멧돼지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야산 중턱 쯤에 먹이를 놓아 농경지 인근까지 내려오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
야생 멧돼지 먹이주기는 지난달 11일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와 청성면 화성리 등 2곳에서 시작됐다. 군은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는 이동 통로에 고구마와 당근을 각각 100㎏씩 내놨다.
그랬더니 해당 지역에서 멧돼지 출몰 빈도가 줄어들었다. 곽경훈 옥천군 환경기획팀장은 “현장에서 먹이를 먹고 산으로 되돌아간 멧돼지의 발자국을 다수 확인했다”며 “먹이를 제공한 두 지역에서 아직까지 과일이나 고구마밭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옥천군은 멧돼지 먹이주기 첫 실험이 일단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해 먹이를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곽 팀장은 “고구마·당근 200㎏을 구입하는데 약 40만원 들었다. 이 정도는 수렵에 들어가는 예산과 비교하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태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멧돼지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멧돼지 한 마리가 굶주렸을 때 자기 체중의 20%까지 먹어치우는 것을 감안하면 먹이를 계속 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먹이가 풍부해지면 번식이 잘돼 개체수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옥천에서는 올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신고가 101건이나 접수됐다. 대부분 멧돼지나 고라니로 인한 피해다.
신고가 들어오면 베테랑 엽사로 구성된 유해 야생동물 자율구제단이 출동, 야생동물을 포획한다.
지난해 멧돼지 275마리와 고라니 1,875마리, 올해는 멧돼지 104마리와 고라니 856마리가 잡혔다.
하지만 아무리 잡아들여도 농작물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피해 신고가 2015년 37건(피해 면적 5만 3,129㎡)에서 지난해엔 104건(9만 4,974㎡)으로 급증했다.
멧돼지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는 농경지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주택가까지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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