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참혹한 조국에 축구로 ‘희망’ 찾는 베네수엘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참혹한 조국에 축구로 ‘희망’ 찾는 베네수엘라

입력
2017.06.09 16:32
0 0
라파엘 두다멜 베네수엘라 감독이 8일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우루과이를 승부차기로 이긴 뒤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EPA 연합뉴스
라파엘 두다멜 베네수엘라 감독이 8일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우루과이를 승부차기로 이긴 뒤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EPA 연합뉴스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감사의 기도를 하는 베네수엘라 선수단. 대전=EPA 연합뉴스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감사의 기도를 하는 베네수엘라 선수단. 대전=EPA 연합뉴스

“이제 무기를 내려놓을 때다.”

라파엘 두다멜(44) 베네수엘라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베네수엘라 축구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날 벅찬 소감 대신 쓴 소리를 내뱉었다.

두다멜 감독은 8일 수원에서 열린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우루과이를 누르고 결승에 오른 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55)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부차기에 들어갈 때부터 벤치에서 울음을 꾹 참았다. 승리가 확정된 뒤에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아마 참혹한 조국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 혼란으로 지금 전쟁터나 다름없다. 지난 3월 말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정부의 무차별 진압으로 시위 사망자가 70여 명에 달한다. 준결승 전날에는 네오마르 란데르라는 17세 소년이 시위 도중 사망해 큰 충격을 안겼다. 두다멜 감독은 “오늘의 17세 소년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어제의 17세 소년은 목숨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준결승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은 사무엘 소사(18ㆍ데포르티보 타치라)와 같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란데르를 빗댄 말이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자국의 스무 살 청춘들을 보며 작은 위안을 얻고 있다. 아무도 우승후보로 지목하지 않았던 베네수엘라는 조별리그부터 승승장구했다. 두다멜 감독이 3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우리 선수들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해 주길 바란다”고 말한 걸 실천이라도 하듯 16강, 8강, 4강전 모두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잉글랜드 폴 심프슨 감독이 8일 이탈리아와 준결승을 지켜보고 있다. 전주=AP 연합뉴스
잉글랜드 폴 심프슨 감독이 8일 이탈리아와 준결승을 지켜보고 있다. 전주=AP 연합뉴스
잉글랜드 도미닉 솔란케(가운데)가 이탈리아와 U-20 월드컵 4강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전주=AP 연합뉴스
잉글랜드 도미닉 솔란케(가운데)가 이탈리아와 U-20 월드컵 4강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전주=A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결승 상대는 잉글랜드다. 잉글랜드 역시 이번 결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이 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뛸 수 있는 꿈의 무대다. 잉글랜드 대표팀도 쟁쟁한 선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성적은 이름값에 크게 못 미쳤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에서는 늘 정상권에 가지 못해 실망을 안겼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없다. U-20 월드컵도 지금까지 3위(1993년)가 최고 성적이다. 폴 심프슨(51) 잉글랜드 감독은 “내가 태어난 1966년이 잉글랜드가 우승한 마지막 해였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컵을 들고 돌아가겠다”고 51년 만의 정상 탈환 의지를 불태웠다. 조별리그부터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1득점 3실점한 잉글랜드는 공수에 걸쳐 가장 탄탄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잉글랜드의 결승은 11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이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30분부터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의 3ㆍ4위전이 열린다.

한편 이낙연(65) 국무총리와 지안니 인판티노(47) FIFA 회장이 결승전을 직접 관전할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