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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외면한 정현, 니시코리와 1박2일 승부 끝내 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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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외면한 정현, 니시코리와 1박2일 승부 끝내 분패

입력
2017.06.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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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니시코리 게이(일본)와 3회전에서 백핸드로 리턴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정현이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니시코리 게이(일본)와 3회전에서 백핸드로 리턴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 ‘숙명의 한일전’이 성사된 3일 밤(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ㆍ67위)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아시아 톱 랭커 니시코리 게이(28ㆍ9위ㆍ일본)를 만났다.

객관적인 기량과 세계 랭킹을 볼 때 니시코리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랠리가 이뤄지는 클레이 코트 특성상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젊고 체력이 좋은 정현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뚜껑을 연 결과, 니시코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첫 두 세트를 가져갔다. 그러나 정현은 3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7-6으로 잡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정현은 기세를 올려 4세트에서 니시코리의 서브 게임 2개를 따내며 3-0으로 달아났다. 서브 평균 시속은 1세트 168㎞, 2세트 171㎞, 3세트 173㎞를 기록하는 등 더욱 힘이 붙었다. 반면 니시코리는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자 라켓을 코트 바닥에 던지며 짜증을 냈다. 또 허리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며 메티컬 타임아웃도 불렀다.

하지만 정현이 경기 흐름을 가져갈 때쯤 내린 비는 조금씩 세졌다. 결국 두 시간의 기다림 끝에 2시간 57분 동안 진행된 경기는 다음날로 우천 순연됐다. 정현에게는 야속한 비였고, 니시코리에겐 행운의 비였다. 그렇게 4일 오후 6시에 전날과 같은 1번 코트에서 경기를 재개했다.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번 니시코리는 4세트 네 번째 게임을 내주자 사실상 포기하고 5세트를 대비했다. 이로 인해 정현은 4세트를 6-0으로 가볍게 가져갔다.

마지막 5세트는 니시코리가 계획한 대로 이뤄졌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나란히 가져가며 1-1로 균형을 이룬 가운데 니시코리는 세 번째 게임을 따냈다. 이어 네 번째 정현의 서브 게임도 가져가 3-1로 승기를 잡았다. 정현은 2-5로 뒤진 상황에서 내리 두 게임을 따내며 4-5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가져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세트 스코어 2-3(5-7 4-6 7-6 6-0 4-6)으로 분패한 정현은 한국인으로 2005년 이형택 이후 12년 만에 프랑스 오픈 3회전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 자신의 종전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정현은 2015년 US 오픈과 올해 호주 오픈에서 2회전까지 진출했다. 한국 선수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 오픈에서 기록한 4회전(16강)이다.

한편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레이(영국)는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30위ㆍ아르헨티나)를 3-0(7-6<8> 7-5 6-0)으로 꺾고 16강에 합류했다.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7위ㆍ스페인)도 파블로 쿠에바스(23위ㆍ우루과이)에 3-0(6-2 6-1 6-3)으로 눌렀다. 베르다스코는 정현을 누른 니시코리와 8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여자단식 3회전에서는 대회 우승후보 시모나 할레프(4위ㆍ루마니아)가 다리야 카사트키나(28위ㆍ러시아)를 2-0(6-0 7-5)으로 따돌렸다. 알리제 코르네(43위ㆍ프랑스)와 캬롤린 가르시아(27위ㆍ프랑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12위ㆍ덴마크)도 16강에 합류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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