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찾은 미역을‘선 판매 후 보상’이 웬 말
“3년 기다렸지만 피해는 진도 주민들만”
광화문 집회와 청와대 항의방문 계획
“새 정부라도 약속을 지켜주세요. 우리(세월호 피해 진도 어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27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전남 목포신항에서는 세월호를 앞에 두고 진도군 동거차도 어촌계장 소명영(55)씨 등 어민 100여명이 자신들이 1년 동안 길러낸 미역과 함께 도로에 주저앉아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소씨와 동거차도 주민들은 정성껏 수확하고도 팔지 못한 미역을 길바닥에 펼쳐놓고는 이틀째 울분을 쏟아냈다. 어민들은 “쌈짓돈까지 전부 헐어서 써버렸는데 당장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모르겠고, 아무리 애원해도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민들이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을 방문한 것은 현장수습본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진도군에 따르면 실제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잔존유가 유출, 조도면 일대해역 2만2,000ha를 덮치면서 양식장 등 1,601ha가 피해를 봤고, 135 어가가 피해액 55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립수산과학원과 보험사ㆍ진도군ㆍ어민 등이 합동 조사한 결과로 미역피해액 산정 기준은 1뭇당 12만원 선으로 잠정집계 됐다.
이처럼 사고 발생이 두 달여가 지났지만 인양업체는 “팔다가 안되면 보상하겠다”는‘선 판매 후보상’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고, 기름피해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1뭇 판매액이 15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7만~10만원으로 떨어졌으며 목포 도매상들은 진도미역을 아예 받지도 않는다고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씨는 “어민들이 생계비는커녕 밀린 인건비도 못 주는 형편”이라며 “세월호가 침몰했던 2014년부터 3년 동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민 최판심(70ㆍ여)씨는 “정부든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든 피해액이 집계됐으면 중간 정산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아무런 말도 없다”면서 “바다가 방제 약물과 기름으로 오염돼 앞으로 미역이 자라지 않아 이것도 큰 걱정이다”고 울먹였다. 이어 한 주민은 “세월호 피해 가족도 고통 받고 힘든 줄 알지만 우리 거차도 주민들도 3년 동안 똑같이 힘들고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 했다.
이날 어민들은 “한해 농사인 미역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보상은 뒷전입니다. 100여명의 작은 섬 동거차도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우리의 눈물을 외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청와대에 띄웠다.
어민들은 앞으로 광화문 집회와 청와대 항의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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