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뿌려주던 인사검증 자료
한국당 “못 줘”… 민주당이 습관대로 배포
문자폭탄 맞고… 호남 눈치 보고
“인사청문회 아닌 토론회” 평가도
대선이 치러진 지 벌써 17일이 지났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여당은 야당이 됐고, 야당은 여당이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공수가 바뀐 상황에 아직은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소통ㆍ개혁 행보가 여론의 호응을 얻으면서 야당들의 설 자리가 좁은 탓도 있을 것이다. 이전보다 정국 운영의 셈법이 복잡한 5당 체제에서 제자리 찾기가 한창인 각 당의 내부 사정을 들려주기 위해 정당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여야 5당이 새 포지션에 적응 못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많다던데.
여의도 구공탄(이하 구공탄)=아직 여야 모두 어색한 옷을 입은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검증 자료가 국회로 넘어 온 날이 대표적이었죠. 통상 인사검증 자료가 오면 야당에서 자료를 뿌려주는 것이 관례예요. 언론도 같이 검증에 나서 달라는 취지죠.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하고, 반대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때 습관대로 친절하게 자료를 배포해 입길에 올랐죠. ㅎㅎ
야인시대=새내기 야당인 두 보수당은 모두 비상대책위 체제라 중진들의 관심이 인사청문회 같은 대여 전선보다는 차기 당 대표 선출에 쏠려 있어요. 최전선에 나서야 할 한국당 초ㆍ재선들은 야당을 해본 적도 없고, 총체적 난국이죠.
불청=한국당 중진 정진석 의원이 초ㆍ재선들에게 정풍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질책하기도 했죠.
야인시대=최근 만난 한국당 초선 의원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내가 보기에도 우리 초선들은 공무원 같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는 야성이 몸에 밴 의원이 많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공직이나 학자 출신이 많아 패기가 너무 없다는 거죠. 그나마 당에서 가장 투쟁력 있는 의원들은 죄다 ‘강성 친박’이라는 게 더 고민이죠. ㅠㅠ 야당 시절을 겪은 한국당의 한 보좌관은 인사청문회를 보고 나서 “의원들이 문자폭탄의 기에 눌린 것 같아 애처롭더라”고 농반진반의 관전평을 내놓더라고요.
봄 대선 야근 말고(이하 야근말고)=국민의당은 대선에서 호남 지지율이 민주당의 반에도 못 미치면서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처지죠. 그러다 보니 야당다운 모습보다 호남 눈치보기가 우선 순위에 놓여 있고. 총리 인사청문회만 해도 이 후보자에 대해선 ‘팬티 색깔까지 안다’고 자신했던 의원들이 정작 몸을 사리거든요. 이 후보자가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에 나갔을 때 상대편이었던 주승용 현 국민의당 의원에게 많은 제보가 전달됐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죠.
불청=그런데 국민의당이 소극적인 이유는?
야근말고=그걸 깠다간 “호남 총리를 국민의당이 디스하냐”고 비판 받을게 뻔하기 때문이죠. 아무튼 주승용 의원의 ‘보물상자’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는 게 당내의 관측입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청문회에서 낙마시킨 후보자만 9명이거든요. 하지만 어제 오늘의 청문회를 보면 토론회에 가깝지 않나 싶기도.^^
구공탄=대여 전투력이 강한 정의당은 국민의당과 다른 이유로 야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심상정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가 이른바 ‘문빠’들의 공격에 시달려 당이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허니문 기간이라고는 해도 ‘환영’ ‘축하’ 논평이 연달아 나오는 게 눈에 띄어요.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선전하는데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만, 내각 구성에 정의당 몫이 거론되니 일단은 협치 모드로 간다는 해석도 있어요.
불청=야당들이 내부 전열을 정비해 강력한 야성을 발휘할 전환점이 언제일지?
야근말고=6월 임시국회가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예산과 국감 시즌이 돌아올 가을쯤에는 훨씬 더 야당다워질 것 같고.
야인시대=바른정당은 6월 26일, 한국당은 7월 3일 새 대표를 선출하는데요. 아마 그때부터가 본격 야당시대가 되지 않을지.
불청=여권을 상대로 야권이 공동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은?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론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야인시대=바른정당은 일부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 사태를 거치면서 오히려 자강론이 공고해져 쉽지는 않죠. 바른정당이 예전의 33석을 유지하고, 유승민 후보의 득표율이 두자릿수를 지켰더라면 국민의당과 한국당 내 합리적 보수파까지 합쳐서 중도신당도 추진해볼 만 했을 텐데. 지금으로선 그런 동력이 없다고 봐야 할 듯.
야근말고=국민의당도 리더십 부재와 내홍으로 연대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을지에 따라 야권연대의 운명도 정해질 듯.
불청=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53.3%, 자유한국당 12.4%이고 나머지 정당은 모두 한자릿수를 기록했죠. 이런 체제가 계속될 수 있을지.
구공탄=민주당의 경우 문 대통령에 연동된 지지율이라 문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면 당도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죠. 당내에선 1차 위기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오지 않을까 예상하죠.
야인시대=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새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에 대한 기대를 충족한다면 당장은 어려워도 기반을 하나하나 쌓아갈 거라는 평가가 많고요. 복잡한 게 한국당인데, 그간 당 쇄신과 개혁의 1순위로 꼽힌 게 친박 청산이었는데 그걸 지금까지 못해 왔다는 게 걸림돌이죠.
야근말고=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더 떨어져 정말 바닥을 친 뒤 당을 완전히 쇄신하는 모습으로 반등하는 것이 낫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8월 전대를 계기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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