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로 불리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20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이란 대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과반수인 57% 득표율로 결선 없이 4년 더 이란 국정을 이끄는 것으로 확정됐다. 보수 강경파로 분류된 경쟁자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는 38.3%에 그쳤다.
이번 이란 대선은 로하니 정권의 새로운 외교 노선과 시장 개방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대선으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강경파의 강력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개혁파 실용주의 정권을 다시 선택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혁명정권과도 깊게 연결된 인물이지만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에 저항하는 청년층 중심의 ‘녹색 운동’이 벌어진 이래로 개혁파의 상징으로서 유력한 정치지도자로 활동해 왔다. 2013년 대선에서는 변화와 사회적 자유를 강조해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을 제치고 극적으로 대선 승리를 쟁취했다. 집권 후에도 이란의 외교 고립을 타파하고 시민권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외교 노력은 2015년 이란과 서구의 비핵화 합의로 결실을 맺었지만, 실제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경제적 성장은 없었다는 비판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강경파 라이시 후보는 빈자들의 후보를 자처하면서 대서구 강경책과 대중주의 경제 정책을 내걸어 로하니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득표율은 기대에 못 미쳤다. 라이시 후보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이번 대선 참패로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73%였다. 공식 선거시간은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까지였지만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몰려든다는 이유로 선거 시간을 자정까지 연장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늦은 밤까지 유권자들이 긴 줄을 늘어서는 풍경이 펼쳐졌다. 반면 140개국에 설치된 해외투표장에서는 이란식 신정정권에 반발하는 시위대들이 “가짜 선거(sham election)에 투표하지 말라”는 구호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란 대선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입김이 강한 헌법수호위원회가 사전에 인정하는 후보자만이 출마할 수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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