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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후 경제 성장 체감도 낮아…로하니 대통령 재임 성공할까

입력
2017.05.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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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에 도전하는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9일 테헤란에서 열린 선거 유세 장에 참석해 환호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재임에 도전하는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9일 테헤란에서 열린 선거 유세 장에 참석해 환호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경제 제재가 끝났지만 부동산 경기는 좋아지지 않았어요.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울 뿐이에요.”

19일 이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중개인 알리 사이드(33)는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이란은 서방과 역사적인 핵 협상을 하고 경제 제재가 완화됐지만 기대하던 만큼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3월부터 올해 3월 사이 6.6%다. 일견 고성장세로 보이지만 성장의 대부분이 원유 수출에 한정돼 있어 국민의 체감도는 낮다. 주택 부문 성장률은 같은 기간 13% 감소했다. 사이드는 “시장이 죽어 실업 상태인 지인들이 너무 많다”고 한탄했다. 이란의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1.7%포인트 오른 12.7%를 기록하고 있다. 15~24세 사이 청년층은 3명 중 1명이 실직 상태일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때문에 이번 대선은 핵 협상을 타결시킨 하산 로하니(68) 정부에 대한 평가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 적자를 흑자로, 물가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떨어뜨리는 등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로하니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4년을 더 달라”고 호소하며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재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여론조사기관인 이란폴에 따르면 로하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62%에 달했다. 하미드 호세이니 원유 정제업체 대표는 “우리는 로하니 대통령이 기업 환경을 개선시키고, 부패와 독점으로부터 경제를 자유롭게 하기를 원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제재를 걷어냄에 따라 사회에 희망을 줬다. 관광수요, 외국 투자 등이 늘었다”고 칭찬했다.

로하니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다른 후보가 싫어서 전략적 선택을 하는 표심들도 그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선거에서 실제 로하니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당시 유권자의 25%는 실제로는 강경파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55) 테헤란 시장을 선호하지만, 다른 후보가 결선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로하니를 찍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라이벌들의 부상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반서방 강경파들은 로하니 정부의 핵 협상 합의 성과를 깎아내리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BBC는 “상당수 유권자가 로하니에게 재선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재선이 확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그 중에도 초강경파인 검찰총장 출신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56)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지를 등에 업고 로하니와 맞설 최대 적수로 손꼽힌다. 라이시는 인지도는 낮지만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며 조금씩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매년 일자리 150만개(4년 간 600만개)를 만들고, 연료 보조금 폐지에 대한 보상으로 매달 45만5,000리알(미화 약 14달러)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2013년에 이어 이번에도 도전장을 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강경파인 그 역시 대통령이 되면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구직자에게 매달 미화 66달러 수준의 실업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40년 간 이란 역사상 한 해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게 최고 기록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약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란 출신의 경제학자 아마드 알라비는 “강경파들의 공약을 보면 마치 경매를 하는 것 같다”며 “경제가 그렇게 굴러갈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현 부통령인 개혁파 에샤크 자항기리(60) 상승세는 로하니의 재선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다. 당초 자항기리는 대선 직전 물러나 로하니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줄 후보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완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항기리 부통령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열린 TV토론에서 유권자들을 솔깃하게 할 발언들을 쏟아내 인기가 급부상하는 중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토론에서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존엄성과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며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2일 토론에서는 “(강경파 정부의 부정 선거 시비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기억을 말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침묵한다면 강경파들이 우리가 그 사실을 잊어버린 줄 알 것”이라며 강경파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칼리바프 시장을 향해서는 “군 장성 출신이어서 그런지 테헤란시를 군인 정신으로 운영한다”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칼리바프 시장에 투영시키며 강경파의 공세에 맞섰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에 대한 이란 내 비호감도는 상당히 높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집권한 그는 영세 자영업자들에 저리 대출을 해주는 등 퍼주기 정책을 펼쳐 경제를 악화시켰다. 당시 물가상승률은 연간 40%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란 대선은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으면 득표순으로 1, 2위가 결선에 진출해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을 경우 26일 결선을 치를 예정이다.

한편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왕과 같은 권력을 가진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종신제인 최고지도자가 1인자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의 역할이라면, 최고지도자는 군최고통수권, 군사령관 임명권, 대통령 인준권 등을 행사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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