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성격이 의혹의 본류
안태근 국장 특수활동비일 땐 종합적 점검 이뤄질 가능성
김영란법 위반 여부도 따져볼 듯
사상 초유 감찰에 檢 패닉
개혁 대상 권력기관 1순위로 거론돼 온 검찰이 결국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수뇌부 2명 동시 감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59ㆍ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ㆍ20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의 중요 수사나 정책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 상태인 가운데, 대검 반부패부장(옛 중수부장)ㆍ공안부장과 함께 ‘빅4’로 불리는 요직에 있는 이들까지 감찰 대상에 오르면서 검찰 조직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앞으로 진행될 감찰의 핵심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문제가 된 4월 21일 만찬이 마련된 구체적 경위부터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어떤 명목으로 제안했는지, 참석자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파악해야 당시 모임의 부적절성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5일 “이 지검장이 검찰 후배 격려 차원에서 법무부 각 실, 국 모임을 해 오면서 그 일환으로 검찰국 관계자들과 저녁 모임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이 일종의 사전 조사라면, 회식 자리에서 주고 받은 ‘돈 봉투’의 성격 파악은 이번 감찰의 본류(本流)에 해당한다. 먼저 안 국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지검장 제외)에게 70만~100만원씩의 격려금을 건넸다. ‘고생한 후배들’을 격려한 것 자체로는 문제 소지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안 국장이 이 사건의 조사 대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지난해 7~10월 1,000여 차례의 휴대폰 연락(실제 통화 횟수는 120여회)을 주고받은 그는 검찰의 서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민정수석과 법무부의 공식 창구인 검찰국장의 정상적인 업무”라면서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선, “(내가 연루된 사건을) 잘 처리해 줘 고맙다”는 의사 표시로도 읽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격려금 출처나 적법 처리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 안팎에선 안 국장의 개인적 돈이기보단 ‘특수활동비’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는 이 예산은 일단 기관장에게 주어지는데, 안 국장이 법무장관에게 ‘검찰국장 몫’으로 과거에 받았던 돈인지, 아니면 저녁회식을 위해 이창재 법무장관 대행에게 따로 요청해 받은 돈인지는 불분명하다. 지급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격려금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1ㆍ2과장에게 건넨 격려금 100만원은 아예 위법성 시비에 휘말려 있어 집중 감찰이 이뤄질 전망이다. 차기 검찰총장의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인 그가 직제상 상급기관인 법무부, 그것도 검찰 지휘ㆍ감독부서인 검찰국 관계자들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어서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주어진 특수활동비라면 소속 검사나 직원들을 위해 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와, 검찰 내 특수활동비 집행 관행 전반에 대한 종합 점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이번 감찰 조사는 핵심 요직을 꿰찬 엘리트 검사들끼리 누려 온 ‘그들만의 관행’에 메스를 들이댐으로써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될 공산이 크다.
최고위직 간부 2명을 한꺼번에 감찰해야 하는 법무부와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지검장은 대검 감찰본부에서, 안 국장은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각각 조사를 받아야 해 두 기관의 공동 감찰이 불가피한데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불투명하다.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는 17일 “상호 협의해 신속히 계획을 수립한 뒤,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해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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