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회동이 불발되며 ‘불화설’에 휩싸였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회동했다. 한양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은 불화설을 일축시키려는 듯 공개회동 내내 서로를 향해 덕담을 쏟아내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회를 찾은 임 실장은 추 대표를 만나자마자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면서 “제가 샀지만 대통령의 마음이 담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또 “16대 국회부터 함께 정치를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누님이고 기분이 좋을 땐 ‘예쁜 누이’로 불러왔는데, 공식 방문이니 대표님이라고 하겠다”면서 친근감을 강조했다. 추 대표 역시 “사랑하는 아우가 민주당 대표가 된 저를 일찍이 축하해줬는데 이번에는 제가 축하해 드릴 차례”라며 “일정상의 착오로 본의 아니게 아우를 ‘따’ 시킨 속 좁은 누님이 돼버렸다”고 맞장구를 쳤다. 임 실장이 11일 인사 차 국회 당 지도부를 예방했으나, 추 대표가 돌연 면담을 연기하면서 불거진 갈등설을 일축한 것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전날 저녁 임 실장 측에서 요청하고 추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10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임 실장은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채택한 ‘문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내용의 결의문을 언급, “당의 적극적인 뒷받침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등 당청 간의 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추 대표와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4월 초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서도 충돌한 바 있다. 이어 11일 회동까지 무산되자 추 대표와 임 실장으로 상징되는 청와대가 인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왔다.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추 대표는 집권 여당 안에 장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인사추천위원회 설치를 추진했다가 스스로 접으면서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도 당초 정무수석에 강기정 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추 대표 측이 반기지 않자 전병헌 전 의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당청관계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내각 인선을 앞두고 양측의 갈등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관련 기구 설치는 무산됐지만, 당이 인사를 추천하는 권한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다시 논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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