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막을 올리는 칸영화제는 한국 감독들의 축제라 해도 무방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후’가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랐고,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경쟁부문에 오른 19편의 영화를 감별한다. 칸영화제에서 세 감독의 활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5월의 칸은 흥미진진하다. 한국 감독의 영화 두 편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기는 2010년 ‘시’와 ‘하녀’이후 7년만이다.
개막 전부터 논란 휩싸인 한국 감독 영화들
한국 감독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사상 처음으로 손에 쥐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일단 ‘옥자’가 개막도 하기 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영화계는 넷플릭스가 투자해 경쟁부문에 오른 ‘옥자’와 ‘더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백)의 영화제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극장협회는 극장 상영 3년 이후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법률을 근거로 “넷필릭스 영화는 프랑스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두 영화의 칸영화제 상영에 반기를 들었다. 극장과 온라인 동시 상영이라는 넷플릭스의 배급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칸영화제는 내년부터 경쟁부문에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을 전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규정까지 바꾸며 진화에 나섰다.
영화 자체로 모든 걸 판단한다는 칸영화제라해도 프랑스 영화계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옥자’의 수상에 먹구름이 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옥자’는 강원 산골 소녀와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괴이한 동물이 우정을 뭉쳐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홍 감독은 ‘그후’와 함께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클레어의 카메라’가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됐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그후’의 주연배우 김민희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영화제를 통해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후’는 유부남 봉완(권해효)의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칸이 사랑한 감독들… 더 치열해진 경쟁
경쟁부문에 초청된 19편 중에는 칸의 단골손님들이 대거 포진했다. 어느 해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영화 ‘해피 엔드’의 미하엘 하네케 감독은 벌써부터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독”으로 손꼽힌다. 그는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하얀리본’(2009)과 ‘아무르’(2012)로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고, ‘피아니스트’(2001)으로 심사위원대상, ‘히든’(2005)으로 감독상까지 받았다. 그가 세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칸영화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해피 엔드’는 최근 유럽의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난민 문제를 한 프랑스 중산층 가정을 통해 접근해 잔잔하게 풀어간다.
영화 ‘히카리’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도 올해로 경쟁부문에 5번째 진출하는 ‘거물’이다. 그는 영화 ‘사라소주’(2003)로 황금카메라상을, ‘너를 보내는 숲’(2007)으로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히카리’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화의 음성해설을 담당하는 여자의 감성 로맨스다.
‘인 더 페이드’의 파티 아킨 감독과 ‘러브리스’의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천국의 가장자리’와 ‘리바이어던’으로 각본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터키 공동체 안에서 발생한 폭탄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한 여인의 복수극(‘인 더 페이드’), 이혼을 진행 중이던 부부가 다툼 중에 사라진 아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러브리스’)로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올해 칸은 여성 영화인들의 잔치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을 지도 큰 관심사다. 제인 캠피온 감독이 영화 ‘피아노’(1993)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24년간 여성 감독의 수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올해는 가와세 감독과 더불어 소피아 코폴라 감독(‘더 비가일드’), 린 램지 감독(‘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3명이 경쟁부문에 올라 수상 가능성이 더욱 크다.
니콜 키드먼은 올해 4편의 영화로 칸을 찾는다. 경쟁부문에 오른 ‘더 비가일드’와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뿐만 아니라 비경쟁부문에 오른 ‘하우 투 토크 투 걸스 앳 파티스’(감독 존 캐머런 미첼), 칸영화제 70회 기념으로 상영될 TV시리즈 ‘탑 오브 더 레이크’가 그의 출연작이다. 경쟁부문에 두 편이나 올랐기에 최우수여자배우상 수상에 대한 기대도 크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도 눈에 띈다. 봉 감독은 ‘옥자’에서 아역배우 안서현과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을 주연으로 내세워 선과 악을 표현했고, 토드 헤인스 감독의 ‘원더스트럭’에 출연한 배우 줄리안 무어는 한 소년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간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악녀’(정병길 감독)는 배우 김옥빈이 킬러 숙희로 등장해 과감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70회 기념으로 상영하는 단편영화 중 반가운 이름도 있다. 한 남자의 하루를 담은 17분짜리 영화 ‘컴 스윔’의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칸을 찾아 흥미롭다. 그는 지난해 ‘퍼스널 쇼퍼’와 ‘카페 소사이어티’ 두 편으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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