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등에서 자가용 불법 운행
일당 6명ㆍ영업기사 23명 입건
#아내와 중학생 자녀 2명을 둔 A(43)씨는 최근까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 일자리를 잃었다. 생계가 막막해진 A씨는 건설 일용직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며 새 일자리를 수소문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번번이 구직에 실패, 생활고가 쌓여가던 찰나 인터넷에서 자가용만 있으면 한 달에 500만 원은 벌 수 있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유흥업소 종업원 등을 실어 나르는 이른바 ‘콜뛰기’ 기사를 모집하는 광고였으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A씨는 “나중에 불법인지 알았지만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어 운전대를 계속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2년여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B(22)씨는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50대 후반)를 대신, 생계를 꾸려야 해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그러나 고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에게 사회는 냉정했다. 수십 차례 이력서를 내도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절박한 처지인 그에게 먼저 콜뛰기를 하고 있던 동네 선배가 다가왔고, 그 역시 범죄자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들처럼 실직자나 20,30대 구직 청년들을 끌어들여 불법 자가용 영업행위를 한 기업형 콜뛰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콜뛰기 운영자 김모(37)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 등 영업기사 23명도 함께 입건됐다.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안산과 시흥 일대 유흥가에서 고급 외제차 혹은 중형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거나 빌린 A씨 등을 기사로 부리며 콜뛰기 영업을 해 2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다.
그는 유흥가 등에 차량을 대 놓고 휴대전화 여러 대를 사용하면서, 유치한 고객을 기사에게 무전기로 전달해주는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무단 결근하는 기사에게는 일정 기간 손님을 주지 않거나 장거리 운행을 배정하지 않는 페널티를 주기도 했다.
기사들은 김씨에게 매월 30만원을 선납한 뒤 고객을 배정받아 택시의 2배 가량인 기본요금 5,000원부터 거리에 따라 요금을 챙겼다. 기사들은 정해진 월급 없이 운행 실적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다 보니 상습적으로 과속하는 등 난폭운전을 일삼았다.
불법 영업하는 자가용을 타다 교통사고가 나면 손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경찰은 김씨가 고용한 기사 10명 중 9명은 교통법규를 위반해 통고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고 했다. 김지수 경기남부청 교통조사계장은 “기사 중에는 전과자는 물론, 실직자와 청년층이 많았다”며 “고용과정에서 기사의 신분 확인도 안돼 제2의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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