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 문제 없나
노후 석탄발전 10기 설비용량은 전체의 3.1% 수준 불과
3~6월 무더위 없어 수요도 적어
미세먼지 추가 대책은
사업장이 41%ㆍ건설기계가 17%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높은 업종 기준 강화와 부과금 등 과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이라는 꽤 강력한 조치를 미세먼지 1호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미세먼지 저감에 새 정부가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미세먼지가 중국 등 국외 영향이 높게는 80%까지로 관측되는 상황이지만, 미세먼지가 매일같이 온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약하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내달 8개 가동중단, 전력 수급 문제 없나
정부가 임기 내 폐기키로 한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충남 서천화력 1ㆍ2호기와 보령화력 1ㆍ2호기, 강원 강릉 영동화력 1ㆍ2호기, 경남 고성 삼천포화력 1ㆍ2호기, 전남 여수 호남화력 1ㆍ2호기 등 모두 10기다. 이중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6월부터 한 달간 가동이 중단되는 곳은 호남화력 1ㆍ2호기를 제외한 8개 발전소다. 호남화력은 여수산업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가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판단에 따라 이번 일시 중단 조치에서 제외됐다. 내년부터는 매년 3~6월 10기 모두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노후 석탄화력 10기의 설비용량은 3,345㎿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108,740㎿, 2016년 기준)의 3.1% 수준이다. 가동을 중단하는 3~6월은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은 봄철이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후 석탄화력 10기를 연 4개월 가동 중단해도 전체 전력수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산업부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공정률이 10% 미만인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향후 전력수급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공정률 10% 미만인 원전은 9기, 석탄발전소는 8기나 된다. 이들이 건설 중단된다면 그만큼의 전력부족분을 환경친화적이지만 발전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나 신재생에너지로 메울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갈 길 먼 미세먼지 대책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정책방향을 대체로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물론 이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1~2% 수준일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 정도 효과도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게 대부분의 목소리다. 특히 임기 내 폐지키로 한 국내 노후 발전소 10기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은 국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53기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양(17만톤)의 20%(약3만3,000톤)에 달한다.
다만 현재 시민단체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추가 건설 예정 발전소 20기는 남은 과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지역 주민들 간 갈등 등 이미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신규 발전소 문제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추가 대책에 대한 요구도 높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PM2.5)는 국내 전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약 1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 기여율로 보면 사업장(41%)과 건설기계(17%)가 더 높고, 경유차(11%)가 뒤를 잇는다. 이와 관련한 대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나하나 간단치는 않은 사안들이다. 사업장에 대한 미세먼지 배출기준과 부과금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공약에서 밝힌 대로 2030년까지 경유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등의 조치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한중 정상급 회담 등 외교적인 과제는 상대방이 있는 탓에 쉽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저렴한 발전단가를 내세우면서 막대한 환경비용을 유발해 온 석탄화력발전소가 궁극적으로 폐지되는 게 옳은 방향”이라며 “복합적인 대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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