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국내 골프팬들에게 깜짝 낭보를 전한 김시우(22ㆍCJ대한통운)는 시상식에서 “꿈만 같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 3개를 골라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김시우는 2위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189만 달러(약 2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세계랭킹 1~3위가 참가한 ‘제5의 메이저대회’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두면서 한국 남자 골프의 기린아임을 증명했다. 아시아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1년 최경주(47ㆍSK텔레콤) 이후 두 번째다.
김시우는 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막내다. 1995년 6월 28일생인 그는 맏형 최경주보다 25세나 어리다. 노승열(26ㆍ나이키골프)보다도 네 살이 적다. 이날 만 21세 10개월 17일의 나이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시우는 애덤 스콧(호주)이 2004년 세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23세)을 가볍게 경신했다.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서도 조던 스피스(미국)가 2015년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마스터스를 우승할 때의 21세 9개월과 불과 1개월 차이다.
김시우에게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붙은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고교 2학년 때인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했다. 사상 최연소 합격자(17세 5개월 6일)였다. 2014∼15년 PGA의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해 PGA 투어에 데뷔한 김시우는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최경주, 양용은(45ㆍKB금융그룹), 배상문(31), 노승열에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한 5번째 한국인 선수였는데 그 중 최연소(21세2개월)였다. 노승열이 2014년 4월 취리히 클래식 우승 때 기록한 23세 2개월을 2년이나 단축시켰다. 또 이번 대회 우승으로 미국 출신이 아닌 선수가 22세 전에 PGA 투어에서 2승을 차지한 건 김시우와 지난달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밖에 없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단독 4위에 올랐던 김시우는 최종일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반면 전날까지 공동 선두였던 카일 스탠리(미국)와 J.B 홈스(미국)는 1번홀부터 보기를 범하면서 흔들렸다. 김시우는 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 선두에 올랐고,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2위 폴터와 격차를 2타 차로 벌렸다. 자신감을 얻은 김시우는 안정적으로 파 행진을 이어나가면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폴터는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1타 차로 줄였지만, 다음 홀인 12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제 자리 걸음을 했다. 3위 우스트히즌도 11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면서 김시우에 2타 차로 따라붙었지만, 13번홀(파3)에서 보기를 저질러 김시우의 우승은 눈앞에 왔다. 김시우는 연못 속에 섬처럼 자리 잡은 솥뚜껑 그린으로 악명 높은 17번홀(파3)도 파로 막으면서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 이어 18번홀(파4)도 파로 막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시우는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단번에 28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주 75위에서 무려 47계단 상승했다. 또 페덱스컵랭킹도 132위에서 20위권으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시우는 ‘마의 17번홀’을 무사히 넘긴 비결에 대해 “핀이 없다고 생각하고 쳤더니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면서 “시즌 초반에 허리가 아파서 많이 힘들었는데 큰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기쁘다. 5년 투어 카드를 받았으니 앞으로 일정을 잘 짜고 몸 관리를 잘해서 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승열은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적어내면서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로 공동 22위에 올랐고, 강성훈(30ㆍ신한금융그룹)은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공동 30위를 기록했다. 마스터스 우승자 가르시아는 6오버파 78타로 부진해 공동 30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남자 골프 '빅3' 중에선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2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최종합계 2오버파 290타로 공동 35위,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제이슨 데이(호주)는 7오버파 295타로 공동 60위에 그쳤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