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톱모델' 로 군림한 배정남.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8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12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출연을 시작으로 '가면무도회'(2013년) '마스터'(2016년) 등 작품에서 간간이 얼굴을 드러냈지만,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배정남의 눈에 띄는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영화 '보안관'(3일 개봉)이다. 기존의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춘모 역을 맡아 가만히 있어도 관객을 웃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특히 최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출연 후 반응이 뜨거웠다. 특유의 솔직하고 가식 없는 입담과 함께 공백을 가질 수 밖에 없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시선을 끌었다. 포탈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하기도 했다. 배정남은 "길을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날 보고 웃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뻐요. 어르신들도 저만 보면 웃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아~ 나도 이렇게 사람들한테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했죠."
'라디오스타' 출연 후 호감 스타가 된 배정남은 '보안관'을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보안관'을 검색어 1위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선배들에게 못 올려서 미안하다고 말씀 드렸죠. 이번 영화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너무 행복하게 작업했고, 참 좋은 분들을 알게 됐으니까요. 조금이나마 영화 홍보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된 게 너무 행복했죠."
그 동안 배정남은 신비주의에 가까웠다. 모델로 활동할 당시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이미지 관리를 해야 했죠. 제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고생도 많이 하다 보니 이미지 같은 게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 사람들도 저한테 '너는 그 모습 그대로 가면 된다'고 충고했죠."
고향이 부산인 배정남은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상반되는 '보안관' 구수한 부산 사투리가 인상적이다.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는 사투리를 안 썼거든요. 그런데 표준어를 쓰려고 하면 본래 제 모습이 안 나오더라고요. 가식적인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굳이 사투리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배정남의 '보안관' 캐스팅 비화는 독특했다. 강동원과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던 중 '보안관' 제작사 대표를 만나 춘모 역에 캐스팅 됐다. 당시 배정남은 '보안관'이라는 영화 자체에 어떤 정보도 없던 상태였다. "대표님이 절 보고는 갑자기 춘모 역이 어울릴 것 같다며 김형주 감독에게 전화를 거는 거에요. 처음에는 '이 분이 사기를 치나?'라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강)동원이 형도 잘하라며 응원도 많이 해줬죠. 그 자리가 없었다면 아마 '보안관'에 캐스팅 되지 못했을 거예요."
배정남과 강동원은 일주일에 2~3번 이상 동네에서 술을 마실 정도로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다. 고향이 부산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 두 사람은 데뷔 초 서울에서 함께 고생하며 친해졌다. "모르는 사람들은 형이 처음부터 잘 사는 줄 아는데 아니에요. 동원이 형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같은 회사에서 모델 일을 했는데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사무실에서 살곤 했죠. 대학 학비가 없어서 둘 다 일했어요. 동원이 형이 정말 저를 많이 챙겨줬거든요. 제겐 작은 삼촌이자 은인 같은 존재에요."
전성기였던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지 오래다. 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천천히 오래가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이다. "일하다가 바닥을 쳐 봐서 그런지 급한 게 없어요. 모델 일을 처음 했을 때 그 마음가짐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으로 제 인생을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라 별로 걱정도 없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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