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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종 “연골이 떨어져 나간 손으로 챔프전서 3점슛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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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종 “연골이 떨어져 나간 손으로 챔프전서 3점슛 8개”

입력
2017.05.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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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종이 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오른 손가락에 깁스를 한 채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양=김지섭 기자
양희종이 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오른 손가락에 깁스를 한 채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양=김지섭 기자

남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 주역 양희종(33ㆍ194㎝)은 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앞두고 병원에 다녀왔다.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 결정 3차전 당시 손가락을 다쳤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날 병원을 찾았다.

통증이 워낙 심해 검진 전부터 느낌은 좋지 않았다. 실제 오른손 검지와 중지 연골 손상 진단을 받았다. 깁스를 한 채 기자와 만난 양희종은 “연골이 떨어져 나가 붙을 때까지 4주 동안 이러고 다녀야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런 손으로 우승이 결정된 챔프 6차전에서 3점슛을 9개 던져 8개나 적중시킨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 수비형 선수로 상대 팀이 ‘버리는 수비’를 할 만큼 3점포 성공률(정규리그 26.7%)이 떨어지지만 6차전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슈터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부럽지 않은 ‘미친 슛감’을 뽐냈다. 팀 간판 슈터 이정현은 “커리를 보는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고, 구단 관계자는 “6차전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처음 뛴 마이크 테일러도 (양)희종이가 우리 팀 최고 슈터인 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종은 “어머니도 놀랐다”면서 “그날 (이)정현이도 힘들다고 하고, (오)세근이는 가슴에 보호대를 차고 뛰고, 테일러는 손발을 맞춰보지도 못했다. 나도 아파서 ‘아무나 터져라’고 했는데 그게 내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3차전에서 다친 뒤 연습할 때 손목까지 통증이 밀려왔지만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몰입하다 보니까 아픈 줄 모르고 뛰었다”며 “3~4개 들어갈 때까지는 부담이 있었는데 5개째 들어갈 때부터 쏘면 그냥 다 들어갈 것 같은 감이 왔다”고 덧붙였다.

양희종이 4일 우승 행사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KBL 제공
양희종이 4일 우승 행사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KBL 제공

양희종의 3점포는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특히 8번째 3점슛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팀이 83-85로 뒤진 경기 종료 30초 전 공을 놓칠 뻔한 데이비드 사이먼이 힘겹게 패스를 했고, 양희종은 그대로 역전 3점슛을 꽂았다. 역대 챔프전에서 한 경기 3점슛 8개는 1997시즌 정인교(나래), 2005~06시즌 이병석(모비스), 두 번 밖에 나오지 않은 최다 타이 기록이다.

두 번째 우승 반지를 낀 양희종은 이번 챔프전에서 활약으로 ‘큰 경기에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5년 전 원주 동부와 챔피언 결정 6차전에서도 우승을 확정 짓는 위닝샷을 터뜨린 기억이 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수비에 비중을 두면서도 의외의 한 방을 꽂아 금메달에 기여했다.

양희종은 “우리가 6강에 턱걸이 했던 팀이라면 챔프전 진출에 만족했을 텐데 정규리그 1위를 하고 올라가 마음가짐이 달랐다”며 “챔프전에서는 실수 하나라도 안 하기 위해 집중을 더하고 냉정해지려고 했다”고 밝혔다.

5년 전 인삼공사의 첫 우승 당시와 기쁨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 때는 동부의 경기력이 워낙 좋아 다들 우리가 우승을 못한다고 했는데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면서 “이번에는 팀의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통합 우승까지 일궈냈기 때문에 처음 우승 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기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챔프전에서 삼성과 벌인 신경전을 “경기의 일부분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2차전 때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는 서로를 강하게 밀치며 충돌했다. 이정현이 공격 과정에서 이관희를 팔로 밀쳤고, 넘어진 이관희는 일어나 곧장 이정현을 밀어 넘어뜨렸다. 둘 모두 불필요한 행동을 했는데, 비난은 이정현에게 몰렸다.

양희종이 2일 삼성과 챔프 6차전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양희종이 2일 삼성과 챔프 6차전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양희종은 “서로 잘못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만 안 좋게 보니까 이기고 나서 떳떳하고 싶었다”며 “NBA를 보면 더 많이 충돌하고, 서로 엄청난 욕도 한다. 코트에서는 어느 한 쪽이 이겨야 하니까 부딪칠 수도 있는데, 팬들도 이런 점을 농구의 한 부분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안에서만 적일 뿐이지 삼성의 (문)태영이 형, (김)태술이 등 모두가 코트 밖에선 다 인간적으로 좋은 친구이고, 선후배 관계라 잘 지낸다”고 강조했다.

이제 숨 돌릴 시간을 찾은 그는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정말 시즌이 끝난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발목이고 어깨고 안 아픈 데가 없어 잘 걷지도 못하겠고, 누워 있을 때도 아프다. 6월말까지 쉴 것 같은데 휴식을 좀 취하고 싶다”고 했다.

행복하게 시즌을 마쳐 아무 고민도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걱정은 있었다. “이제 소개팅도 해야 하는데 밥을 어떻게 먹죠? 왼손으로 먹을 수도 없고.”

안양=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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