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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관진, 1월 미국 가서 ‘평화체제 카드’에 재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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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관진, 1월 미국 가서 ‘평화체제 카드’에 재 뿌렸다

입력
2017.05.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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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반도 평화구축 위한 4자 회담 자료 미국에 제시

당시 北 발언 모두 전달해 “북한은 믿을 수 없어” 각인

중국의 비핵화ㆍ평화협정 병행론에 미국 호응 차단 의도

미중간 대북 협력 흐름 못 읽어 한국만 소외되는 결과만

김관진(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제공
김관진(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제공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월 미국 방문 당시 1990년대 북핵 4자 회담 자료를 미국 측에 제시하며 평화체제 카드가 미국의 대북 옵션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ㆍ평화협정’ 병행 카드에 미국이 호응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였지만, 미중이 대북 압박과 동시에 북핵 대화 가능성을 열고 있는 최근 흐름에 역행해 우리 정부만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지난해 말 이후 탄핵 정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추진(본보 5월 2일자 1ㆍ3면)하며 ‘사드 비용’ 전가의 빌미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미중간 북핵 협력도 가로막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2일 “김 실장이 1월 초 미국에 간 것은 사드 배치를 앞당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면서 “당시 방미 보따리 안에는 평화체제 논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할 자료가 잔뜩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 실장이 미국을 설득시키기 위해 제시한 자료는 1997~99년 6차례 열린 4자 회담 당시 북한의 언행이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합의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이 시작됐지만,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우선적인 의제로 다룰 것을 주장하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김 실장은 4자 회담 당시 북한 측 대표의 발언을 모두 번역하고 종합 분석해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새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북핵 대화 병행론을 채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북한이 어떻게 대화의 판을 깨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3월 15일에 또다시 미국을 찾았다.

김 실장의 이 같은 행보를 중국도 모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흘 뒤인 3월 18일 미중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중미북 3자 회담에 이어 6자 회담으로 가야 한다”며 “진정한 담판의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한국을 제외한 3자 회담을 제안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를 북핵 대화의 걸림돌로 다룬 셈이다. 이에 대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반발하기는커녕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며 중국의 장단에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중은 4월 정상회담 이후 대북 압박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핵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 같은 흐름에서 배제돼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만 커지게 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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