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군 동성애 색출 논란과 대선후보들의 TV토론회에서 성소수자 권익 문제가 불거진 뒤 대학가에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색 대자보가 붙은 곳은 서강대학교다. 지난달 1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교정 게시판에 붙은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는 동성애 군인 색출의 피해자가 구속당한 사건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같은 주제의 대자보들이 캠퍼스에 붙기 시작했다. 서강대학교 캠퍼스 내에 대자보를 붙인 서강대학교 성소수자 협의회는 “이번 사태를 보고 무섭고 화가 났다”며 “해당 사건을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다”고 밝혔다. 이를 본 재학생 유희주(22·가명)씨는 “교내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나를 반성한다”며 “대자보를 보며 성소수자의 아픔에 공감했고 강한 연대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강대의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 소식이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대학들에도 같은 대자보가 속속 나붙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단국대, 부산대, 충남대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교정에 등장한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는 특이하게 붓글씨로 내용을 적었다. “군대 동성애가 죄라면 여대의 캠퍼스커플도 잡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성신여대 성소수자 모임 관계자는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다는 생각에서 차별이 시작된다”며 “차별에 시달리는 성소수자가 교내에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대자보를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대선후보들의 4차 TV 토론에서 화제가 된 동성애 찬반 논란을 지적한 대자보도 등장했다. 다음날 대전 유성구 충남대에 등장한 대자보는 “한 나라의 지도자 후보들이 동성애 찬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가 무조건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자보가 심하게 훼손됐다.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게시판에 붙어 있던 대자보는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누군가 찢어 놓았다. 성신여대 역시 대자보가 붙은 지 몇 시간 만에 뜯겨 나갔다. 해당 대자보를 작성한 성신여대 재학생은 “밤에 몰래 대자보를 붙이러 갈 때도 누가 볼까 겁났는데 떼어낸 대자보를 보는 순간 서럽고 화가 났다”며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가 된 것 같아 무섭고 외로웠다”고 털어 놓았다.
그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도 대자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생인 김선태(26·가명)씨는 “자신의 의견을 대자보로 주장할 수 있지만 대자보 내용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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