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캠프에 의사 전달
‘과학기술+정보통신’ 유지 고육책
文ㆍ安, 중소기업 부처 신설 공약
창조경제 업무 넘길 가능성 높아
박근혜 정부의 상징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간판 기능인 창조경제 업무를 떼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분을 지우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업무가 합쳐진 현재의 부처 형태를 어떻게든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된다.
30일 미래부와 유력 대선주자들 캠프에 따르면 다음 정부에선 미래부의 창조경제 업무가 신설이 예상되는 중소기업 전담 부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창조경제의 위상이 점점 격하되며 미래부 내에서도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새 정부에 중소기업 부처가 신설되면 창조경제 업무를 그쪽으로 넘기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선후보들 캠프에도 이 같은 의사를 물밑으로 전달했음을 내비쳤다. 미래부 고위층이 창조경제 업무를 넘기려는 이유는 중소기업 부처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해서라기보다 창조경제 이외 기능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합쳐진 부처 형태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3가지 기능이 쪼개져 여러 부처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만큼은 피하자는 것이다. 미래부에서 ‘애물단지’가 된 창조경제만 떼어내면 나머지 기능은 그대로 둘 명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선후보 캠프들에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미 융합돼 있는 부처 형태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미래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들 역시 “정권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여기저기 떼었다 붙였다 하는 건 큰 낭비”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핵심 국정과제에서 ‘버리는 카드’로 전락한 창조경제의 운명에 대해 미래부 안팎에서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창조경제는 미래부 출범 초기부터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주무 부처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유력 대선캠프들에선 창조경제를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원을 지원하는 기능 정도로 축소한 채 조직 개편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창조경제 등 중소ㆍ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업무들은 큰 틀에서 (신설 예정인) 중소기업벤처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 역시 “창업 지원과 중소기업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미래부 내 조직은 (신설될) 창업중소기업부로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래부에서 창조경제 업무를 담당하는 40여명의 직원들은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창의와 혁신의 큰 개념이었는데 이제 와서 이름이 기분 나쁘다고 정치적 단어로 치부한다”는 볼멘 소리마저 나온다. 한 직원은 “소상공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처에서 미래를 위한 혁신 지원이 과연 적극적으로 이뤄지겠냐”며 “창조경제가 중소기업 부처로 넘어가면 격이 확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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