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 교역 대상국,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를 맞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는 무역협정을 조사한 뒤 이에 관한 해결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현재 무역협정 하에서 규정 위반이나 남용 사례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행정명령”이라고 설명했다. 로스 장관은 특히 WTO가 관료주의적이며 구조적으로 수출국의 편의를 봐주는 데 치우쳐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WTO 같은 조직의 조항은 항상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세계 제1의 수입국인 우리(미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나프타(NAFTAㆍ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내용을 끄집어낸 뒤 재협상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두 협정을 연일 거론하며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나프타에 대해서도 “(즉각) 폐기하는 대신 협상할 것을 요청하는 멕시코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의 전화를 받았다”며”우리가 모두를 위해 공정한 협정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그때 가서 나프타를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한미FTA와 나프타에 대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재앙’이라고 맹비난하며 재협상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로스 장관도 25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FTA 개정 논의를 재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재협상 선언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주 곧”이라며 “지금 발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8일 “한미FTA에 관한 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 대안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비해 온 만큼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한미FTA의 상호 호혜적인 성과와 충실한 이행 등을 미국 측에 지속 설명, 협의하면서 철저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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