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 경제ㆍ안보에 집중
적폐 청산 그 자체가 목적 아냐
문, 박영선ㆍ변재일 등 비문 챙기며
당내 화합ㆍ새출발 쪽으로 정리
유능한 인재 적재적소에 등용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 고민
임종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문 후보가 집권할 경우 통합적 정부를 구성해 국민들이 보기에도 위기극복 능력을 갖추었다는 신뢰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16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들어서는 다음 정부는 통합의 힘을 바탕으로 해야만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실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운영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선 “경제와 안보 현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집권 이후 사회적 갈등 의제보다 경기 활성화와 안정된 외교, 안보 태세를 갖추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대선 기간 문 후보의 명실상부한 비서실장이다. 때문에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초대 비서실장으로도 거론되고 있지만 그는 “문 후보와 선대위 주변에선 섀도 캐비닛 등 구체적 인선 얘기는 일절 나오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문 후보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비서실 부실장에 따르면, 문 후보는 임 실장이 친노ㆍ친문 인사가 아닌 당내 86세대와 GT(김근태)계의 상징적 인물이며 나이에 비해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는 점에 주목해 “임종석은 반드시 영입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_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9월쯤 제의 받았을 때 ‘문 후보라면 전국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돼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라는 대의 외에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완화를 통해 한국의 정치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을 갖고 있다.”
_당시 문 후보가 어떤 부탁을 했나.
“딱 한 가지 부탁이었다. 처음부터 합류해 확장력을 갖춘 선거캠프를 구성해 달라고 했다. 돌아보면 100% 만족할 수 없지만, 언론에서 통합형 캠프라는 평가를 들을 땐 ‘밥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_문 후보와 일을 같이 해본 경험은 있나.
“재선 의원 때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를 만난 적은 있지만 일한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맏상주 역할을 맡았던 문 후보를 보고 참 두꺼운 분이라 생각했다. 같이 일해 보니 소신과 원칙이 분명하고 한번 방향을 잡으면 작은 일들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분이다.”
_당 안팎에서 문 후보의 소통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전하다.
“표현을 절제하는 편이라 그런 오해를 낳는다. 몇 달 간 같이 일해보니 누구보다 경청하는 분이다. 회의에서 잘 듣고 토론해서 결정하고, 토론을 통해 납득하면 수용한다. 내가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캠프가 의논해 결정한 사항은 웬만해선 받아주셔야 한다’고 요구했더니 흔쾌히 ‘제가 싱크로율이 높다’고 받아주었다.”
_문 후보가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나.
“그렇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5년간 했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의 두께다. 나라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그림이 머리 속에 있다. 외교ㆍ안보ㆍ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 경험이 만만한 게 아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정 경험의 유무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준비된 대통령’론을 내세운 배경도 그러한 자신감 때문이다.”
_양정철 청와대 전 비서관을 비서실 부실장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내 생각이었다. 실은 문 후보의 뜻을 전하러 날 찾아온 사람이 양 부실장이었다.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누면서 기획력과 판단력 면에서 문 후보에게 필요한 사람이란 확신이 생겼다. 같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직책을 공식화할 것을 요청했다. 내가 잘 한 일 중에 하나다.”
_2012년 대선 때 문 후보가 ‘3철’(이호철 전 민정수석, 전해철 최고위원, 양 부실장)에게만 의지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 문제는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거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에 발생한다. 이번엔 캠프 인사들이 보기에도 공식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결정 내용이 집행 과정에서 뒤집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니까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 것이다.”
_비문재인 진영의 박영선, 변재일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했다.
“문 후보가 이번엔 사람들을 적극 챙기는 쪽으로 변했다. 문 후보가 바쁜 일정 속에도 박 의원을 두 번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 이번엔 절박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또 박 의원의 경우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운 의원들이 함께 도와주었다. 화합과 새출발 쪽으로 정리된 셈이다.”
_다음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집무를 시작해야 하는데, 선대위 차원의 구상은 있나.
“내가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당 안팎에 걱정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대위 내에 집권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아 대비를 하고 있다. 선대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경제와 안보, 외교다.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이 문제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_적폐청산은 어떻게 할 건가.
“적폐청산을 주장해 왔지만 청산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개혁을 통해 나라를 새롭게 건설하자는 게 목적이다. 다만 갈등 의제를 앞세울 경우 현재 위기 국면을 탈출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통합 대통령’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통합의 힘을 바탕으로 해야 국정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_문 후보가 ‘호남 탕평 총리’ 구상을 밝혔는데 추가적인 인선 구상은.
“문 후보가 호남을 방문해서 탕평 총리를 기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언론들이 의미를 부여해서 해석한 것이다. 그러한 부분들을 집권 경험을 가진 분들이 고민하고 지혜를 모을 것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인선을 거론하는 건 부적절하다.”
_다음 정부는 여소야대라 정부조직법 처리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정부 구성 여부가 관건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적 힘을 모으기 위한 정부를 구성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그래야 협치도 가능하다.”
_통합적 정부는 결국 인재 등용으로 보여줄 건가.
“그렇다. 지금은 어느 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까지 밝히는 것은 섣부르다. 다만 가장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보여줘야만 다른 정당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_문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과거 정부와 가장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의사 결정의 투명함과 소통이 될 것이다. 특히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진 국민들과의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위클리 어드레스’나 10만명 이상 서명을 받아 요구하면 정부가 답변을 해주는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 같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5ㆍ9 대선으로 집권하는 차기 정부는 정상적인 대통령직인수 절차 없이 바로 청와대나 정부를 가동시켜 국정운영을 하게 된다. 통상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핵심 인사들이 집권 이후 국정운영의 축이 됐던 점에 비춰 이번에도 대선 캠프를 이끄는 인물들이 차기 정권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정상적인 정권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차기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 주요 대선 캠프의 파워인물들을 잇따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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