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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고전산책] ‘한비자의 칠술’로 무장한 노회한 리더

입력
2017.04.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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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와 신하를 비롯한 인간 관계를 ‘이(利)’의 유무로 판단한 한비자는 군주가 신하들을 잘 다스릴 술책인 ‘칠술(七術)’을 이렇게 제시했다.

첫째, 참관(參觀). 여러 신하의 단서를 두루 참조하고 관찰한다는 의미다. 군주 자신의 눈과 귀가 가로막히지 말기 위한 방법이다. 한 신하에게 힘이 몰려서도 안 되고 한 사람의 말만 믿어서도 안 되며, 자신이 총애하거나 믿는 자들끼리 경쟁하게 만들어 서로를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삼인성호(三人成虎), 즉 세 사람이 거짓으로 말해 저잣거리에 호랑이의 출현을 믿도록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된다.

둘째, 필벌(必罰).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내려 군주의 위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군주의 자애로움은 법 집행에 방해되므로, 정(鄭)나라 재상인 자산(子産)처럼 엄격한 모습을 간직하여 엄한 불의 형세를 본받아야 하며, 유약한 물의 형세를 본받지 말라고 하였다. 나라에 재정이 부족한데 상 받을 자와 벌 받을 자로 양분된다면 과감히 벌 받을 자를 손대야 기강이 잡힌다는 것이다. 군주의 마음이 선해서 법 집행이 느슨하면 “군대는 밖에서 약해지고 정치는 안에서 혼란스럽게 되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근본”이라고 단언한 한비자는 위(魏)나라 혜왕(惠王)에게 신하 복피(卜皮)는 “무릇 자비로운 자는 차마 하지 못하며 은혜로운 자는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마 하지 못하면 허물이 있는 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주는 것을 좋아하면 공을 세우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상을 줍니다. 허물이 있지만 죄를 받지 않고, 공이 없는데 상을 받으면 비록 망한 다고 하더라도 또한 옳지 않겠습니까?”라고 직언한 발언을 예시하며 단호한 군주상을 제시했다.

셋째, 상예(賞譽). 공을 세운 자는 반드시 상을 주어 능력을 다하게 한다는 의미다. 군주는 상과 칭찬을 내리는 것에 기준이 없거나 인색하지 말아야 하고, 상과 칭찬이 후하고 믿음이 있어야 신하들이 충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성들을 움직이게 하는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마치 위(魏)나라 오기(吳起)처럼 붉은 콩 한 섬을 동문에서 서문으로 옮긴 자에게 좋은 땅과 택지를 내린 것처럼 반드시 이익을 주라는 것이다. 흐트러진 효심을 권장하기 위해 상 치르느라 몸이 야윈 자를 과감히 하급관리로 발탁한 송나라 군주라든지, 이웃 오(吳)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백성들을 자극하기 위해 용감한 두꺼비에게 경례까지 한 월(越)나라 왕의 사례가 그 예다. 모양이 비슷한 뱀을 싫어하고 장어를 좋아하거나, 나비의 애벌레를 싫어하면서 누에를 좋아하는 것은 모두가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므로 군주는 이런 심리를 잘 살펴보라는 취지다.

넷째, 일청(一聽). 신하들의 중론을 듣지 말고 한 명 한 명 따로 들어 그 발언의 진의를 따진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모든 신하들은 능력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이 뒤섞여 있어 변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한(韓)나라 소후(昭侯)가 “피리를 부는 자가 많으므로 나는 그들 중 누가 뛰어난 자인지 알지 못하겠다.”고 푸념하자 전엄(田嚴)이란 자가 “한 사람씩 불도록 하여 들어보십시오.” 라고 하여 그 말을 받아들였다는 것과 같은 취지라는 것이다.

다섯째, 궤사(詭使). 의심되는 신하가 있으면 몰래 시험해서 계책을 꾸밀 틈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군주가 신하를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안 해도 신하들은 그가 어떤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므로 경거망동하는 일을 하지 않는 심리전술이다. 신하에게 요직을 맡길 것처럼 불러놓고 내버려 두어, 군주 곁에 그가 남아 있는지 떠보는 방법도 한비자는 권한다.

여섯째, 협지(挾智).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하고 물어본다. 군주는 자신이 안다고 해서 안다고 발설해서도 안 되고 모르는 척하고 떠 보듯 물어보아 신하들의 태도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한(韓)나라 소후(昭侯)처럼 자신이 자른 손톱을 움켜쥔 채 신하들에게 잃어버린 것처럼 하자, 어떤 신하가 자신의 손톱을 잘라 바쳤다는 일화를 통해 아첨하는 자가 누군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일곱째, 도언(倒言). 군주가 오히려 말을 거꾸로 하여 신하의 본심을 살펴보는 방법이다. 군주는 신하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상반된 일을 거꾸로 말하고 반대되는 일을 하여 신하들의 태도와 반응을 주시하라는 것이다. 자지(子之)가 연(燕)나라의 재상이 되자, 그는 거짓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방금 문으로 달려 나간 것이 무엇인가, 백마인가?”라고 하자 주위에 있던 자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떤 자가 쫓아나갔다 들어오더니 “그렇습니다, 백마였습니다.”라고 한 말을 듣고 그자의 거짓을 알았다는 것이다.

<한비자> ‘내저설상 칠술(內儲說上七術)‘ 편의 ‘경(經)’ 에 나온다. 참관과 일청은 판단하고 듣는 기술이요, 필벌과 상예는 병주고 약주는 식이며, 궤사는 권모술수적이며, 협지와 도언은 고도의 심리전술이다. ‘칠술’로 무장한 노회(老獪)한 리더십으로 혼돈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기 바라는 마음이 자꾸만 든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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